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393

하느님 맹순이가 그리 필요했습니까 ?

21.2.23 고향 초등친구 고 정맹순 여사 창원상복공원에서 소천하다./264 아침부터 고향 동창회장에게서 갑작스런 재촉이 왔다. 또 한 놈 데려갔단다. 갑자기 하늘에 인력이 모자랐던가? 씩씩한 놈 애껴두고 이제 갈 날 대기하는 허접한 사람들 아무 쓸모도 없을 텐데 그래도 또 데려갔단다. 우리 동무 중에서는 무척 예쁜 얼굴 친구들끼리 쟁탈전 벌어져 싸우다가 모두 그에게서 걷어 차인 콧대 높고 줏대있던 잘난 친군데...... 기내동네 천덕꾸러기로 주관있게 자라 함안 동네로 시집 가서 영감 잃고 혼자 아이들 건사하며 장부처럼 꿋꿋이 제 삶 살다가 도시 창원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서 경우가 바르지 않으면 가차없이 나무라고 버리며 원리원칙 신봉하며 자기를 단련하여 오똑이처럼 세상 살아가더니 자신 항상 바르게 가꾸..

물끄러미

21.1.27 篁窩 회색 해오라기 한 마리 개울가에 외발로 섰다. 긴 목은 꼬부라진 채 조는 건지 달관한 건지 물끄러미 반사되는 수면 관조하고 있다. 조기 퇴직자 흰 머리칼 가는 실가닥 안면에 그린 그림자 구부정한 목 처진 어깨 실눈 뜬 건지 감은 건지 물끄러미 추억 남은 세상을 반추하고 있다. 물새와 늙은이 허탈한 생활의 포기 코로나 팬데믹 언저리에 서서 살아야 하는 건지 죽어야 하는 건지 물끄러미 보는 이만 갑갑할 뿐 서로 닮았다.

윤우(輪友) 김우영 오늘 떠나가네

21.12.12 김우영 파티마병원서 장복공원으로 귀천하다. 이웃 남처럼 살며 모르다가 산길에서 만난 사람 교직 명퇴로 직업 정리한 무심한 사람 몸에 칼 대고 재생하여 사는 사람 좀더 건강 회복하자고 늦깎이 걷기에 부부 함께 나왔던 사람 용기 주며 사랑 주며 함께 걸은 길 어느듯 10수 년 길벗 그러다가 내곁 자전거 사들고 자전거 타기 몸 학대하며 세포 태웠었다. 이룡 처갓집에서 부곡 온천장까지 몸 담가 동무되고 피로 풀고 함께 즐긴 낙강 자전거 친구였었다. 장거리 라이딩 계획에 동참하여 2013년 6월 3-5일 안동서 마산까지 2박 3일간 그대와 검암산과 나 3명 낙동강 7백리 함께 타고 자고 즐기며 그렇게 좋아지길 기원했는데 남지로, 밀양으로, 창녕으로, 다닌 그때가 좋은 때였구료. 김우영 선생 그는 ..

종처수 김봉선 여사

20.12.5 황와 내겐 종처수 김봉선 여사가 있다. 장마면 초곡리 촌처녀 남지 벌녘 창원황씨 경도씨에게 시집 와서 시조모 시부모 8남매 장자 큰며느리 되어 시부모 잘 모시고 시숙 시누이 동서 잘 이끌고 아들 조카 모두 거두며 벙어리처럼 묵묵히 산 인생 눈 한 번 흘기지 않고 순응하며 참으며 황씨 집안 가족 집집마다 돌며 종부노릇 어린 시삼촌들 자녀 키우듯 돌보니 집안의 종부며느리 소리는 들었으나 10남매 먹고 입히고 학비대기 몸이 부셔지는 줄 모르게 다하고 나니 사랑하는 시아버지 먼저 가시고 홀로 남은 시어머니 구순 노인 치맷기 돌며 자녀 치송 짝지워 보내 안심하는가 싶더니 걱정은 좋은 때를 시기하여 딸아이 홀로 나오고 그 묵힌 맘 병이 되어 목 수술, 다리 고장, 가슴앓이, 정신까지 잃으니 머리염색 ..

새벽 갈증(晨渴)

20.10.19 육사 밤새 고된 일을 했나? 아님 고산(高山) 등산 되(升) 땀을 냈나? 바짝바짝 마르는 가을 논바닥 쩍쩍 주름 갈라지는 소리 백발 덮은 세월 아무리 청청(靑淸)하고파도 이불 속에서 까끄리한 입술 새벽 찢어져 물그릇 당긴다. 먹은 대로 다 쏟아내고 마신 대로 다 짜내도 온몸에 관수(灌水)는 만수(滿水)일텐데 가을볕에 말라 비틀어져가는 삶 어쩌랴! 되돌릴 수 없는 인생 푸른 꿈 먹고 자란 추억들 어릴적 친구들이나 불러내서 도랑가 물고기나 잡을까?

오정미 아름다운 맘씨를 조문하다.

20.10.10 오정미 시모상 한사랑장례식장 가서 조문하다/264 사람은 추억으로 사람 구실을 한다. 한참 지나서 하루에 한 두 번 열어보는 게으런 버릇 난 정말 스마트폰 중독자는 아닌가 보다. 그런데 자전거 타고 피곤한 몸 저녁 일찌기 먹고 쉬는 찰나 오늘 좋은 소식이 뭘까 전화기 열자마자 오늘 아니면 안될 일 오정미 전안 옛 가족 시모상을 당했다. 행의가 예뻐 '예삐'라 불렀던 그이 여전히 날씬하고 정답고 웃음준다. 어찌 사랑하지 않으리오. 그때 업어주고 싶다고 했던 선생님들이다. 코로나 사태로 장례식 참석꺼려도 난 가야한다. 그들이 왔듯이...... 저녁 먹고 시내버스 타고 연락없이 왔으니 놀라움과 반가움에 손을 잡는다. 내가 해 줄수 있는 내 정성이다. 박정수도 따라 왔다. 함께 전안 예기하며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