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진남 친구들의 해우(邂友)

황와 2019. 12. 12. 07:30

19.12.11 진남회 친구들 만나다./264


진남회 친구들을 만난다.

옛 친구를 만나는 게 추억의 로망이다.

새벽부터 김장하기에 찌들린 몸

노곤한 피로를 없는 척

아내를 이끌고 부산으로 달린다.

가면서 먼저 들릴 곳

남매간 아픈 곳부터 먼저 들어다 봐야 한다.

숙제로 남았던 처남 입원 퇴원

김장한 것 한통 싸 들고 모라동 찾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걸 깨우니 볼이 홀쪽해 졌다.

팔순고개 참 높기는 높은 고개인가보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서 

뇌로 피가 안 통하여 관통 시술하고

이제 겨우 정신없이 누워 회복 중이란다. 

씩씩하고 진취성있던 창녕 테니스 대장조하던 그 몸

나이엔 어쩔 수 없는 모양

이제 천천히 시들어 간다.   

차 한잔으로 우릴 쫓아낸다.

아파트 마당까지 내려오지 않은 배웅 이번이 처음이다. 


깜깜한 밤 백양터널 뚫고

네비양 이끄는대로 연제구 외식 1번가

여섯 진남 동기들 내외가 모두 다 모였다.

제법 잘 나가던 추억 인사들 몇년 만인가?

서울서 사일 검사장 내외

부산 일성 세무사 내외

       재월 공장사장 내외

       연노 변호사사무장 내외

       호동 약사 내외

            마산서 나 학교장 내외

          열 둘 한 타스 18번 방에 반갑다.

여섯이 모두 각기 각업이었다.

이제 모두 퇴직하고 노는 몸들

머리 허옇고 얼굴 목줄기 주름 쪼글쪼글

늙은 태가 모두 자욱하다.

할멈들은 그래도 화장덕에 매꼼한데 

내 뱉는 말소리는 아이들 적이다.

서로 사는 소식 묻고 답하고 

경력도 이력도 모두 내 버린

그저 평범한 노인들이다.

일성이는 아직도 현직 세무사 돈벌이 중

호동 회장은 부산 40년 떠나

고향 진주역앞 아파트로 이사간다고

함양 서하 별장 농원에 파묻힐 모양이다.

재월이는 아직도 월 목 창원봉암공단

현장 공장에 나가며 돈벌이 소일하고

나머지는 경노당이나 찾을 몸들이다.

모두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 

걷고 자전거타고 움직임 게을리 말라고 던졌다.

모두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정론이다. 

튼실한 모습 내가 그래도 당당한 모습이다.

아마 10여년 자전거 타고 걸은 덕분이다. 

쇠고기 너댓 점 구워먹고 

비빔냉면으로 점 찍고 

요즘 한 때꺼리 그게 만족이다.

과일, 커피, 아이스크림까지 후식 마쳤는데

다시 2차 새실꺼리 찻집 가자고 떠나는 밤길

먼길 밤운전 어눌해 헤어지고 돌아왔다.

낼 아침 또 부산 금정산 온다는 구실 대고.

참 좋은 놈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