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하느님 맹순이가 그리 필요했습니까 ?

황와 2021. 2. 23. 21:14

                                                            21.2.23 고향 초등친구 고 정맹순 여사 창원상복공원에서 소천하다./264

 

아침부터 고향 동창회장에게서

갑작스런 재촉이 왔다.

또 한 놈 데려갔단다.

갑자기 하늘에 인력이 모자랐던가?

씩씩한 놈 애껴두고

이제 갈 날 대기하는 허접한 사람들

아무 쓸모도 없을 텐데

그래도 또 데려갔단다.

우리 동무 중에서는 무척 예쁜 얼굴

친구들끼리 쟁탈전 벌어져 싸우다가 

모두 그에게서 걷어 차인

콧대 높고 줏대있던 잘난 친군데......

 

기내동네 천덕꾸러기로 주관있게 자라

함안 동네로 시집 가서 영감 잃고

혼자 아이들 건사하며

장부처럼 꿋꿋이 제 삶 살다가

도시 창원으로 나와 사람들 속에서

경우가 바르지 않으면 가차없이 나무라고 버리며

원리원칙 신봉하며 자기를 단련하여

오똑이처럼 세상 살아가더니

자신 항상 바르게 가꾸며

허튼 곳 안 보이던 그 여용사

코로나 세상 집에만 갇혀 지내더니

외로워 홀로 짚불처럼 사그러 들었는가 보다.

 

우리 동창들 감사가 되어

한 모금도 규정에 어긋나면 안 봐 주던

그 철저한 감시망에

제 스스로 시들어 모임에 안 나오더니

그렇게 자주 걸던 전화도 끊어지고

세상 담 쌓았으니

어찌 감옥과 지옥이 아니었으리.

제 자존심에

제 던진 말이

모두 굴레가 되어

쓸쓸히 배웅하는 자 없이 사라져 갔구나

 

고 정맹순 친구야

서럽던 일 있던 것 풀고

옛날 어릴 적 동무 순수함 그대로

하늘나라 일찍 가서

우리 갈 길 잘 닦아 놓게나.

미안허이

제일 튼실하고 믿음직한 친구였는데

지난 날 따신 정에 눈시울 붉힌다.

부디 천당에서 극락왕생하여

구천에서 백씨 영감 만나고

남은 자식들 다독이며

명복하기를 빕니다.

저 동백꽃이 네 맘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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