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7 추석날에/264
아들 내외가 왔다.
아니 손자 재현이가 왔다.
세상의 할미 할애비는 모두
그들의 종이 되어도 좋다.
내 부모님 저 하늘가에 살지만
기다림은 없다.
그러나 한 대 떨어진 핏줄
이어주는 투명끈을 잡고
기다림은 늘 신앙이 된다.
정화수 떠다놓고 비는
늘 잠 못 이루는 밤을 걱정하는
넋두리 같은 것
가족이라는 족보다.
버선 발로 뛰어 나오듯이
마중 나간 문
열고 들어오는 반김
"우리 현아 왔구나!"
팔 뿌리에 압박 붕대 칭칭 동여매고
몇 날 며칠이고 제사 준비
역 번개 시장 오르내리며
하루종일 꿈직이더니
밤만 되면 아픈 팔 주무른다.
난 팔이 되려 잔심부름 돕는다.
나물 가리고 마늘 까고
며느리 손자 오니 용사가 된다.
집안이 살아난다.
쿵쿵 울림이 인다.
고소한 내음 벽을 넘는다.
이를 추석 전날이라 한다.
새벽부터 달그락 달그락
부억을 깨우더니
제기 닦고
젯상 내어 닦고
온갖 정성 담은 제수 진설
손 글씨로 지방 붙이고
촛불 켜고 향로에 향 피우며 차례지냈다.
물끄러미 쳐다보는 손자놈
오늘은 더 예쁘다.
두살배기 서 있는 게 제사 참례다.
장차 제가 해야할 걸
미리 둘러보는 듯
쌓아둔 제수에 손 대고 조심스럽다.
참 고마운 추석날 아침이다.
조상과 함께 아침 나누어 먹고
자동차 밀리는 고속도로 피해
진동 국도로 고향을 간다.
뒷차로 아이들 따르고
남파 숙부님 만나 제사드리고
질매재 부모님 두 쌍
낳은 부모님와 기른 부모님
만나면 늘 어깨 두드려 주신다.
뒷뫼 증조 조부모 댁에도 문안드리고
만남의 기쁨은 내가 가야 만든다.
큰집에 들러 단술 마시고
다래미 아재집에서 또 단술 먹고
반성 누이집에서 고종도 만나고
피곤한 차 행렬에 밀려
집에 돌아와 파죽음이 되었다.
모두 쓰러져 잤다.
만남은 반갑지만 피곤해 지는가 보다.
밤새 아들 몸이 뜨겁다.
이불 덮고 온몸을 달랬다.
땀내고 잠을 푹 재웠다.
어미는 그놈 버릇을 자꾸 떠올린다.
"안 먹으면 병 난다고....."
밤새껏 기도하는 마음
아침 일찍 삼성병원 응급실을 두드린다.
꼭 서울로 올라가야 할 몸
몸살 주사라도 한 방 맞고자
비닐 주사약 두 봉지 주사기에 꽂고
훤한 응급실 침대에 눕히고
곁에 앉아서 완쾌 기도를 한다.
애비로서 아들 걱정
표나게한 아침 나절
두어 시간 말 없이 떨어지는 물방울만 세었다.
다행히 몸을 일구어 일어난다.
어미가 주는 정 주섬주섬 챙겨 담아 싣고
내가 운전해 주려는 것 마다하고
스스로 아픈 몸이 운전해 올라갔다.
가는 길이 모두 걱정이다.
너댓 시간 후 동탄 도착했다고
안심을 닫는다.
가고 나니 이내 딸애네 닿는다.
왁자지껄 뚱뗑이 외손자 두 놈
우리 손으로 키웠더니
언제나 가깝다.
보내고 나니 또 맞는 기쁨
과일 먹이고 밥 먹이고
그놈들 먹는 걸 보면 우리는 너무 행복하다.
잘 먹으니 저렇게 우량아 되었지.
할애비 짧은 턱수염 만지며
까끌까끌 시원해서 좋다고
조손이 스킨쉽 각인이 된다.
미국 가서 공부 잘 했다고
한 뭉치 용돈도 안기니
입이 귀에 걸린다.
뒹굴며 텔레비젼 전세내어 보고선
어미따라 온갖 음씩 싸들고
어둠 오기전에 떠났다.
만남 그리고 기쁨
추석이 주는 선물
몸은 삭신이 되어 쑤시지만
고통이 기쁨을 만든다.
떠나고 난 침묵
이제 조용한 절간이 된다.
빈 마루에 햇빛이 걸리고
비질 걸레질 대청소
그리움 떨어낸다.
또 깨끗한 빈자리 비워둔다.
비워야 차지는 팔월 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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