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17 아들내외 손자 설 쇠러 내려왔다. / 264
설날 온다고
차례 음식
대목시장 나돌며 장만하고
수첩에 눌러쓴 물목
전꺼리 나물꺼리
과일 국물 꺼리
떡국꺼리 꼭 쌀 담가
떡집 갖다주고
서 되니 너 되니 늘 다투고
인심 나무라기만 하는 세밑
멀리서 출발한다는 전화 듣고
하느님 용왕님 무사히 도착하기를
정화수 떠놓고 손 비비는 어미
곁에서 보는 사람도 한통속이 된다.
평소 어지럽게 널어둔 옷도
어느새 옷걸이에 걸리고
눅눅한 이불 샛파람에 널어 말리고
이발소 미장원 가서 머리 다듬고
냄새 줄까 봐
병균 묻힐까 봐
온몸을 깨끗이 닦는다.
내 몸을 다듬는 까닭
나를 위한 것인양
위생을 위한 기도인양
결국 그를 맞이하기 위한
늘 웃음 준 우리 손자 재현이
늘 깨끗한 맘으로
늘 무균질인 생각으로
다듬고 가꾸어
기쁨으로 안고자하는
할아버지 할미의 기쁜 준비
다왔다는 전갈에
마루에 불 넣어 데우고
따뜻한 물 데우고
간식꺼리 고구마 밤 삶고
문 열고 버선발로 나서서
소설 속의 만남이 기다린다.
저 멀리 들어오는 차
문 열고 마주하는 얼굴
우리 재현이 왔나?
두려움에 울음 우는 만남
덤북 안기지 않는 현실이 섭섭해진다.
집안을 아장아장 걷는 적응
이방 저방 드나들며
모서리 이마 찧을까
따라다니며 조바심
한 마디 내미는 말
반가운 의미를 붙여 해석한다.
할배라고 했다.
할미라고 했다.
재현 어디 있니?
작은 손가락 제 몸 가리킨다.
그 모든 행동이 웃음이다.
그렇게 행복한 때는 지금껏 없었다.
손자가 주는
할아버지 할미의 천국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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