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20 아내의 생신을 맞다./264
결혼할 때 훤칠한 키에
바바리 코트 통통한 팔둑
차분한 행복할 거란 생각
눈물 보이며 청혼하고
여러 단계 반대 극복하고 결혼했었다.
늘 자상한 배려에
맘은 고맙고 평화로웠었다.
지금도 자랑스럽게 하는 말
남이 다하는 부부 싸움 한 번
진하게 해 본 일이 없다.
뒷산처럼 버티고 앉은 배려심
아이들 둘
외할매 믿음 속에 컸고.
둘 다 성혼하여 손자 셋 잘 크고 있으니
40여년 함께 산 장모님도 가시고
아이들 다 내 보내고 난 절 같은 집
밖을 나도는 남편 챙길랴
대낮 홀로 집 지킬랴
자녀들 음식 해 댈랴
아들 약국 약재 댈라
항상 걱정 속에 산다.
밤엔 숨소리 들리는 딴 방에서
서로 평안을 위해 배려하는 잠
세상 걱정 다 모아하는 신처럼
한번 끈을 물면 놓질 못한다.
때도 없이 꺼내 오니
먹먹한 기분
식탁 위에서도 소화가 안된다.
나약해진 아내
걱정의 양만큼 살이 빠져나갔다.
이제 초등 2학년 외손자가 추월했단다.
뼈에 살갗만 겨우 도배한 몸
온몸이 쑤시고 아프다.
종합병원 어느 과를 먼저 가야할지
병원 문앞에서 고민한다.
서로 존중하며 믿었던 세월
아이들 잘 키워 내 보내고서도
무슨 걱정 매일 한 다발
역시장 푸성귀 한 뭉치 사 와서
김치 담고 반찬 만들어
택배 붙이는 재미
폰에 우쭐대는 손자 엉덩이춤에
웃음 웃는 게 일상이다.
자꾸 내 할 일이 없어진다.
말 해도 실천 없으니 본처가 없다.
꼭 말을 해야 하나
표정만 읽어도 아는 것을
자기 생일 날 아침 일찍 부억 깨워
아들 딸 식구 불러 밥 먹이고
객지 아이들 음식 싸서 보낼려니
힘이 붙혀서 피곤에 떨어진다.
자전거 타고 역시장 오가는 것이
아픈 몸의 일과다.
유월 스무 나흗 날
며느리는 손자 땜에 극구 떼어놓고
아들 홀로, 딸 가족 모두 모여
생일 잔치 장어를 굽었다.
굽는대로 곁에 외손자 놈들
제비 주둥이 입에 먹이고
자기는 몇 점 선밥처럼
겨우 보랍시고 씹어 넘긴다.
예순 일곱 허리휜 모습이 아프다.
날 버리고 가족을 위해 산 세월
이제 나를 찾을 기미를 포기한 듯
용기 잃은 것이 미안타.
아무 걱정할 일 없는데
집안 걱정은 꼬리 물고 자신을 갉는다.
나의 한 마디 희망
운동하고 즐겁게 웃음 웃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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