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10 딸애 처음으로 집사서 분가한 집 부모가 먼저 하룻밤 쇠다./264
하필이면 딸내외 여행 보내고
손 없는 오늘
섣달 초열흘 딸애 이삿날
아침 일찍부터 짐 챙겨 담고,
가스 전기 끊고,
대장군 방위 직선 피해서
남방 진해를 둘러
안민터널 넘어
새길 타고 도청 지나서
반송동으로 새집을 든다.
노블파크 동네 134동 1102호
왕국처럼 우람한 새 보금자리다.
이제사 함께 붙여 살던 5년이
독립 분가하여 나간다.
가족 한번 흩어지면
다시 모아지기 힘들듯
인정 떼는 연습
다정한 아내는 며칠간 걱정으로
조목조목 살림꺼리를 쌌다.
그리고 잠을 설쳤다.
시끄러운 외손자들
지겨운 울음 짜증소리도
이제는 다 들었으니
절간이 될 게다.
온 방구석 입구마다
오방색 잡곡 뿌려 잡귀 쫓고
들어서자마자 앞치마 두르고
다 닦아둔 주방 또 닦는다.
새 그릇 열어 끓는 물에 삶고
온 구석구석 불편한 동선
일일이 체크하고 구시렁댄다.
그게 어머니 걱정인 듯
들고간 식재료로 점심 대강 때우고
또 구석구석 방을 닦아댄다.
종친회 행사에서 밤에 돌아오니
외로움이 환하다.
아이들 땜에 텔레비젼도 설치 않는 집
외손자 형제는 깔깔깔
독립된 제 방 침대에서 신이 나서 딩굴고,
어깨쭉지 아픈 할미는 아이들 공부방에다
요 이불를 깔고 끙끙대며 누웠다.
첫날밤 온갖 시름이 밤잠을 걷었다.
뽀시락 소리에도 피곤을 깨운다.
난 우두커니 불 끈 식탁에 앉아
요놈들 새집에서 튼튼히 잘 자라서
나라의 기둥 되라고 염원했다.
가장 행복한 가정 이루라고.
나는 큰 놈과 함께 침대에서 자고,
작은 놈은 할미와 같이 공부방에서 자고,
어미 애비는 멀리 여행 떠났고,
한 가정이 새롭게 태어날 꿈을 꾸고 있는 것
몇 번이나 깨어 거실을 빙빙 돌다 눕고,
색색 잘 자는 손자 이불 덮으며,
한 세대 분가의 고통을 삭였다.
아침 솟는 해
겨우 앞동 지붕 위에서 잠시 볼뿐
가려진 조광선(照光線)
손자 아이 학교 운동장이나 내려다 본다.
하룻밤 지새고 온 이삿날
이것저것 눈에 보이는 대로 챙기고,
눈에 거슬리는 대로 정리하고,
못 박고, 상자 짜 맞추고,
시계 걸고, 책꽂이 책 정리하고,
하루 내내 또 내일도
집안을 눈으로 씻었다.
억지 노동에 아내는
숨 죽인 배추처럼 늘어진다.
빈 박스, 쓰레기 치우는 것까지
익은 우리 집으로 끌고 온다.
갈 때도 한 차 가득
돌아올 때도 또 한 가득,
부모님의 이런 맘 그들도 알겠지
부디 잘 살거라.
내 분신(分身)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