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찬호야 일어나 죽 먹어라

황와 2013. 8. 11. 00:45

13.8.10 찬호가 장염으로 사흘간 보채 누웠다./264

 

좀체로 눕지않는 외손자 찬호

무얼 잘못 먹였는지

아마 찬 얼음과자 때문일 걸

우린 아무도 사 주지 않는데

제 통장에서 꺼내 가서 사먹었는

아니면 학원갔다가 친구한테 얻어 먹었는지

아랫배 쓸며 구른다.

내 손이 약손 아무 소용없고

붉은 볼 열이 내리지 않아

체온계 갖다대며

얼굴에 물 적셔 닦아주고

위로 아래로 토하고 설사하고

 

꼭 토요일 오후 아니면 일요일

병원 쉬는 날 아픈건

악마의 약속일까?

굶는 게 약이라고

사흘동안 아무 것도 못 먹더니

이 염천 방바닥에 볼 대고 누워

힘이라곤 하나도 없다.

난 에미에게 음식 먹이라고 보채지만 

어미는 토하고 사하니

아이가 입맛 잃어 어쩔 수 없단다.

만약 할미 할애비가 그랬다면

얼마나 안달했을까 ?

다행히 어미 방학이라 집에 있고

애비 병원장이라 관심두지만

지금껏 애써 먹여 키운 아이

이번 장염으로 살이 쪼옥

볼이 홀쪽해 졌다.

팔아픈 할미와 난

외손자 병으로 함께 병을 앓는다.

 

오늘은 조금 뽀시락뽀시락 일어나

뚱뚱이 동생과 다투고

기운을 차린다.

그 얼마나 고마운 소린지

동생만 곁에 가지 말라고 조른다.

덩치 큰 두 살아래 동생이

몸으로 우악스레 밀치면

형이 꼼짝 못하고 먼저 운다.

그런데 아픈 형이 좀 불쌍한지

꾸중하면 슬며시 빠져나온다.

세호가 세근이 난 모양

찬호 오늘 첨으로 닭죽 몇 숯갈 비웠다.

형의 아픔으로 더 깊은 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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