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10 찬호가 장염으로 사흘간 보채 누웠다./264
좀체로 눕지않는 외손자 찬호
무얼 잘못 먹였는지
아마 찬 얼음과자 때문일 걸
우린 아무도 사 주지 않는데
제 통장에서 꺼내 가서 사먹었는지
아니면 학원갔다가 친구한테 얻어 먹었는지
아랫배 쓸며 구른다.
내 손이 약손 아무 소용없고
붉은 볼 열이 내리지 않아
체온계 갖다대며
얼굴에 물 적셔 닦아주고
위로 아래로 토하고 설사하고
꼭 토요일 오후 아니면 일요일
병원 쉬는 날 아픈건
악마의 약속일까?
굶는 게 약이라고
사흘동안 아무 것도 못 먹더니
이 염천 방바닥에 볼 대고 누워
힘이라곤 하나도 없다.
난 에미에게 음식 먹이라고 보채지만
어미는 토하고 사하니
아이가 입맛 잃어 어쩔 수 없단다.
만약 할미 할애비가 그랬다면
얼마나 안달했을까 ?
다행히 어미 방학이라 집에 있고
애비 병원장이라 관심두지만
지금껏 애써 먹여 키운 아이
이번 장염으로 살이 쪼옥
볼이 홀쪽해 졌다.
팔아픈 할미와 난
외손자 병으로 함께 병을 앓는다.
오늘은 조금 뽀시락뽀시락 일어나
뚱뚱이 동생과 다투고
기운을 차린다.
그 얼마나 고마운 소린지
동생만 곁에 가지 말라고 조른다.
덩치 큰 두 살아래 동생이
몸으로 우악스레 밀치면
형이 꼼짝 못하고 먼저 운다.
그런데 아픈 형이 좀 불쌍한지
꾸중하면 슬며시 빠져나온다.
세호가 세근이 난 모양
찬호 오늘 첨으로 닭죽 몇 숯갈 비웠다.
형의 아픔으로 더 깊은 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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