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11-12 숙모댁 복분자따기 돕다./264
매년 이맘 때가 되면
뻐꾸기가 날 잡아 놓고
밤꽃 향기 흐드러질 무렵
구원의 손길을 부른다.
뒷메밭 복분자가 새까맣게 익었다.
숙모님 일년 농사
작년 설에 삼촌 보내고 홀로된 몸
영감님 경운기 모는 소리로 오르내린 산비탈밭
그 경운기가 녹 슬어 흙간에 쳐박혀도
대신해 줄 사람 없는 외로움
남정네 일을 하는 수 없이 혼자하신다.
가시난 복분자 밭 검은 비닐 깔고
풀베고 지주 박고
줄 탱겨 얽어 매어 가지 붙잡고
북 돋워 거름주고
고랑 굵은 가지 쳐주고
두어번 분무기 메고 약 치고
마지막 새까맣게 익기를 기다려
퉁퉁 부은 땀속에 일꾼 대어
맑은 날 잡아 복밭은 알을 받는다.
자연 애써 키워둔 결실
제 먹이 따간다고
먼산에서 계속 피울음 우는 두견이
뻐끔뻐끔 담뱃대 빠는 소리 뻐꾸기
우릴 보고 자꾸 나무란다.
가시에 찔리고
굉이에 긁히고
팔뚝은 생채기 울긋불긋 솟는다.
오목하게 숨은 까망 머리 복분자
입맛 다시며 젊음을 딴다.
꼭지에 달린 생물 탐스런 자태
붉은 미움 벗기면 그때부턴 시체
탱탱한 검은 빛
정력회복 특효약이라
요강이 깨어진단다.
봄부터 꽃피고 새우는 소리 먹고
언덕배기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며
사타구니 속에 고이고이 간직한 정조처럼
가시 숭숭 돋아 헛것을 지키고 있었다.
정력 원액을 감추고 있었다.
인척 늙은 노인네 넷
죽기전에 불려나와 영양덩이 따 모으고
잃은 체력 고스란히 흘러내리는 위기 막고자
정성을 입힌다.
정성을 딴다.
자연을 딴다.
하루 지나면 썩어가는 위험 생물
당일 따서 처리해야하니 비상
재빨리 모아 저울에 달아 포장하고
대밭 뒤 언덕에서 집으로 실어 나르고
마산청과물시장 경매에 넘기고
아는 사람 소개로 아름아름 팔고
뙈약볕 더위 일사병 눈이 뱅뱅 돈다.
단지 눈이 새까만 복분자 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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