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모은암(母恩庵)에서

황와 2012. 2. 8. 19:01

12.2.8 무척산 모은암을 올라/264

 

무척산 바위 굴리다 머문 곳

장군 바위 우뚝 문을 만든다.

어미는 벼랑아래 벌벌 떨면서

오가는 바람 소리 폭풍처럼 맞는다.

세상 무너지는 업보 지켜보려고

머리 까진 핏발 울분 삭이며

위태로운 자식들 죽어서 지킨다.

 

 

어머니 그 거룩한 고향

태어나고 기른 정, 가르친 정

진양하씨 엄마는 날 낳으시고,

진양정씨 엄마는 날 기르셨고,

온 세상 엄마는 날 바로 가도록 가르치셨다.

 

전후 몰락하는 가계(家係)

배운 자식 큰 아들 양아버지는 일본 가서

해방전 불귀(不歸)의 잿상자 되어 오고,

고명 딸 시집가서 산후풍으로 가고  

청상과부 양어머니는 유맥(儒脈) 줄기 잡고 버티는데  

동란 인민군 등살에 피난 않고 집안 간수

생물학전(生物學戰) 호열자(胡熱子) 악질에 먼저 걸려

보국대(保國隊) 잡혀간 생아버지 먼저

할아버지는 자식 간호하다 뒤에 달포 사이

모랭이 언덕너머, 낭모지 앞산에 가매장하였다가

상여 없이 지게에 얹힌 널 초라하게

눈물 쏟아 바람되어 가시고 

 

생양(生養) 두 어머니 기둥

집안 식솔 지키실 때

어린 아이 철없이 코 물고 지낼 제 

품앗이 부역행사 여장부 되어 나가고 

여년생 형제 젖동냥 이웃이 키우고

대 잇는 종사에 가업 명줄 잘 이어 

삼남매 눈칫밥 없이 종자씨로 길렀다.

 

 

홍수 먹은 들밭 보리 타작

먼지 한 말 겉보리 한 말,

눈이 보이지 않는 보리 짚동 이고 나르기

혜목산 못 막기 부역 망깨 앞소리 쟁이

먼지 나는 국도 자갈 깔기 부역

수건쓰고 동네 장정따라 아침 나가고

갱변밭 보리,목화, 열무 재배 삼모작 

오다가다 허리 펴며 가꾸고 

홍고래 늦은 모심기 밤이 돼야 끝났었다네.

 

내 국민학교 4학년적

시월 추운 한 달은 시사떡 얻어먹는 달

마진 마지막 일가집 시사따라 가서

추운 날씨 덜익은 돋고기 한 점 급히 먹었다가

집에 와서 배앓이 온 방구석 헤매고

한밤을 업고 큰집 할배 침 놓고,

원동 할배 한약국 집 손 따고 뜸 뜨고 약 짓고

시들머들 종손은 온몸이 퉁퉁 

온 집안 비상등 생사를 오갔다.

핏빛 잃은 얼굴에 신부전증 원숭이상

푸닥꺼리 대잡이에 사흘 멀다 고움꺼리

삼십리 오십리 장을 오가며 닳은 고무신

사그러진 짚불 겨우 일으킨 어머니 입김

절마다 백일 정성 기도로 소생하니

학교선 넉달 결석 낙제해야한다고

눈물 피워 겨우 진학

오로지 우리 문태 밖에 모르던 양어머니셨다.

 

중학생 모자 쓰고 기차 통학

새벽 밥  따신 신발 데우느라

정짓간서 먹는 바가지밥 고단한 헌신

혼자 중학교 공부한답시고 평소처럼 

교무실에 불려가 느닷없이 집에 가라고....

중간에 돌아오는 기차 꿈인듯 생신듯

승산 할배 훌칭이질 하다말고

"너거 어매 죽었다. 빨리 가 보거래이..."

공굴 밑에 누운 거적때기 한없이 펑펑 울었다.

집안 반찬꺼리 장만하러 나무내강 대칭이 잡이

깊은 고생에 헤어나오지 못해 먼저 가셨다. 

굿하는 날 까아만 강가에서 부르다부르다

산소 가서 한없이 절하고 부르며 밤을 지샜다.

그렇게 낳은 어머니를 홀로 보냈다.    

 

고귀하고 당찬 어머니

자식 앞에서는 집안 흔한 슬픔도

귀한 눈물처럼 아끼시던 그 인내도

짊어진 생활고에 업보를 메고

시름시름 내 몸 아픈 줄 깊게 감추며 

약 한 번 병원 한 번 가보지 못한 채

대장암 몸쓸병에 진물 흘리며 한많은 생 

하늘 접는 태기태 야산에 꽁꽁 묻었었다.

모범 장정 뽑힌 자식 선생 나가면

함께 가서 밥이나 해 주겠다고 하던 그 어머니가  

 

세상에 아프지 않은 어머니 어디 있으리오.

어머니는 아픔을 위해 태어난 것을

어머니 영원한 고향

청룡 백호 둘러친 보궁에 고이고이 묻힌 은혜

늘 내곁에 서서 웃고

늘 내곁에 앉아서 머리 쓰다듬고

늘 내 곁에 누워 엉덩이 만져주던 

늘 새벽 정화수 떠서 장독대 별빛에 기도하던  

나의 꿈 나의 기대 염원하던 것도 잠시

안 보고 안 보이니 세월이듯   

잊고 사니 나도 자식 낳고

가족의 운명 기구한 사랑으로 나를 키웠다.

  

 

너럭바위 위에 누운 사랑

떠 바치는 게 어머니 마음

그걸 몰라준 어리석은 자식은

모은암에서 영원한 죄인처럼 삿갓을 쓰고 싶다.

어머니 은혜 갚을 수 없는 대물림

나도 어슬프게 자식에게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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