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샴프의 요정서 초원탕까지

황와 2011. 6. 1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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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 중앙시장 통은  목관악기 같은 한 줄 통로에

사람들이 오가며 차를 청소하는 거리, 닥지작지 붙은 상점마다

눈에 익은 사람들이 빼꼼히 곁눈질하면

오늘 누가 무슨 일 있는지 알고 소식을 걸고 지나는 골목,

모퉁이 옷 활씬 벗고 창자까지 드러내 보이는 곳엔

샴프의 요정 미장원

제법 왕년에 이름 날린 얼굴 동그리한 원장님 미소를 던진다. 

지날 때마다 호리한 연필심 같은 아가씨는 바닥을 쓸고

쓰레받기에 빗자루를 얹어가거나

물뿌리개 직직 뿌리며 오가는 사람 낯짝을 청소하기도 했었지.

전에는 오로지 넓은 한길 건너

북쪽으로 난 출입문 양 갈래 커텐 걷으며

길가던 사람 눈읏음 준 이발사 아내 조발사  

포근한 커피 한 잔이 좋아

거기서만 머리 깎는 양 세상을 잊고 있었다.  

길 지날 때마다 고개 틀리며  

거긴 여자들만 아니 젊은 여자들만 가야하는 곳

머리 허연 나는 된장 트림이 역겹지 않은 장소가 내 땅인 양 

내 껍질 건드림이 무슨 부모에 큰 불효를 저지르는 양

낯 간지러 찾지못했다.

 

여자는 미장원으로

남자는 이발관으로

 

굳은 표정이 예쁜 가위질 앞에 흔들린지 우린 구세대

아들 놈은 벌써부터 아예 미장원부터 찾았었다.

못 마땅한 난 언제나 불러세워 추궁하곤 했었다.

남자는 이발관에 가야한다고

어느 날 나도 모르게 나를 실험대에 올렸다.

손자 놈 이발 종종 커트비 싼 맛에 거기 유리문을 열어 들면

온갖 새실들이 조용히 할배 끌어주던 시선 덕에

손주 놈은 거기서 인기있는 노리갯감이었지.

작은 소쿠리에 담긴 사탕 제멋대로 꺼내 입에 까넣고는

거울 하고 사람들 하고 재롱 부리고

원장 고정 손님이 되어 재잘재잘 제법 어른스럽게 앉아

예쁜 머리를 똘랑거리며 거울 속의 자길 찾고 있었지.

어린 손자놈 최고급 원장 전속 미용사 두고

바쁠 때 가도 원장이 깎기를 유리문 오가며

위험한 시장길을 기다리고 있엇지

 

월요일 쉬는 게 없이 노는 날 

요일 개념 잊어먹곤 어수선한 아침

손자놈 유치원 버스에 타는 걸 보고

무단히 근질대는 머리 잘라야 개운 할 듯

원장이 기다리는 미장원을 자크로 연다.

줄 선 한 젊은이 호미자루 만한 아기

아장아장 토닥거림이 좋아서

온 눈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행복감

세상이 주는 배려 너무 곱다.

기다림이 손님 파머 걷어올리고

흰머리 한 겹 두 겹 바쁜 손은 오가고

눈 입은 연신 아기 달래기에 가두워 버린다.

 

내 차례다.

여름이라 짧은 머리 주문해 본다. 

주인이 맡겨논 고깃덩이 멋대로 칼질하는 그들

길어서 거추장스럽던 날개도

오랜 비늘 벗어가는 빗질도 엉성하게

오늘 난 즐거운 맘으로 의자 앞에 앉았다.

목에 두르고 오지랍에 차고

요리준비 다된 요리사 양손 칼 들고

직직 물 뿌리개로 기름 치고는

내 가진 쓸데없는 생각 한 장 한 장 넘기며

이(蝨)를 잡고 있다.  옛 어머니 무릎에 누워

머리 뒤적이고 똑똑 손톱 마주치며

붉은 핏자국 구경시키는

 

하얀 머리털이 떨어지면서 검은 색으로 변한다.

내 머리털 아닌 듯, 아니 까만 머리털이 아까운 듯

내 눈이 뒷꼭지에 안 달리기 망정이지

난 흰 머리만이 내 머리라고 생각했었다.

내 껍질도 함께 벗겨져 가고 있다.

죽순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하얀 속살 드러내 식욕을 돋구던 몸짓

아마 내가 그렇게 구워질 차례인가?

머리는 다듬어져서

겨드랑이서 암내가 기별없이 밤꽃내를 내어도

오가는 가위질만 보일뿐 지긋이 눈을 감는다. 

제법 정성을 들인 작품 앞에 흐뭇하게

고개를 이리저리 세워본다.

꼭 아리안 석고상처럼 이리저리 맴을 돈다.

떨어져 나갈 생각들이 자꾸 손을 잡고 놔주지 않는다.

수고했습니다 한 마디면 되는데

제법 텁수룩한 내 생각이 그들 앞에서  

털 뽑힌 닭다리처럼 먹음직하게 나를 둘러본다.

 

 

또 한 곳  눈 감고 생각 바꾸는 곳

떨어서 뽀송뽀송 자유 찾고자 초원탕을 연다.

수건 하나로 인사 나누고

훌훌 자진해서 내가 벗는다. 

한 꺼풀도 성한 것이 없는 엉성한 몸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슨 잡티가

또 검버섯이 이리도 자라났을까?

탕 옆에 앉자마자 온몸을 주무른다.

발끝에서부터 차츰 올라오며

오른손 왼손 교대로

팔이 짧은 게 어린날 도둑 감 따 먹을 때 이후 처음이다.

 

온통 껍질이 허물허물 바닥에 널린다.

벗기고 쉬고 물에 담갔다가 또

한증방에 넣었다가 열기에 쫓겨나며

흘린 땀 줄줄, 달린 끈들이 다 잘려나오는 듯

생각은 나를 몇 천 겹 둘러 싸고

나를 포장하고 있었구나.

한 곳 남김없이 쓸고 또 닦고 

끊임없이 오독오독 답장하며 끌려나온다.

이제 그 올가미 벗고

산뜻한 몸 선풍기 바람으로 갈아입었다.

60년 갇힌 생각이 발가벗은 욕망

거울 앞에 세운 것으로 아직 싱싱하였다.

 

머리칼 송두리째 자르고   

새로운 얼굴 목에 갈아끼운 후

껍질 벗기고

뜨거운 탕속에서 털 뽑고

먼지 묻을까 비누질에 이타리 타올로 빡빡

나를 자유로운 나를

이웃 중앙시장통에서 새 사람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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