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12 장모 49잿날 산소서 제사지내다. / 264
한 사람 부모에게서 생 받아
인연의 씨앗 되어
공주 고모 귀하게 자라
내 가족 인연 벗고
새 가족 사랑 입어
희노애락 아기 낳고
가족 친척 어울림 속에
아내서 어미 되고
어미서 할미 되고
할미서 증할미 귀신
가까운듯 내것 모두 다 나눠주고
내 정 모두 닳도록 젖꼭지 물리고
내 육신 다하도록 자식 업고
애닲고 슬픈 인생 고개
홑적삼에 땀 배며 종(從)살이
보릿고개 너머 행복 있는 양
허리 펴지 않고 호미질 괭이질 또 길삼질
목 빠지게 무거운 함지 장사
동지 섣달 설한풍에 떨면서 반월시장 고기장사
내 피붙이 내 핏줄 남처럼 먹여 살리려고
인격 위신 팽개치고 개소리 헛 사치
바닥부터 바르고 굳세게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제나 검은 머리 단정하게
머리 물들이고 분 단장
병원가는 앞날까지 고결했습니다.
살아온 96년, 한솥밥 식모살이 40년
새끼들 모두 건사해 키워주고
집 충실히 지켜온 충견(忠犬)
우린 그 장한 어머니를
방에 가두어 두고
그 얼마나 외로운 헌신 강요하며
자신을 씹으며 참아왔던고
허리 아프다고
귀에 고름나고 아프다고
이가 흔들리고 다빠져도
눈이 진물나서 안 보여도
노인네 병원 선듯 한 번 구경시키고는
현대 의술 핑게 약 핑게
내 일신 편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병원서 아파 절절 맬 때도
의사에게 처방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지도 못했고
속이 썩어 한방울 음식도 넘어가지 못함에도
더 큰 병원 찾아 가서 뚫어보지 못했다.
곱사등처럼 휘어진 허리 보며
내 허리 아픈 것만 알았다.
그 어머니 그 어른이
끈질긴 목숨으로 잇고 이어서
자식들 피해 덜주려고 생을 마감한 3월 25일
꽁꽁 묶어 그 뜨거운 불 속에서
뼈만 추려 땅에 묻은 지
7주, 매주마다 가고 온들,
잔디가 파릇파릇 잘 산들
그건 장모님이 바라는 게 아니란 걸
우린 알면서도 섭섭해서 그럽니다.
이제 그 알뜰한 배려도
오늘로 마지막 입니다.
마치 낙동강 배에 실어 띄우고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밀어보낸 참 못난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잘 키운 은아, 훈이는 멀리 놔두고
인연을 내려놓고 훌훌 떠나셨습니다.
우린 그걸 은근히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이제 이 못된 세상에 다시는 오지 마시고
부디 극락 왕생하시옵소서
평생 부끄러운 죄 고개 숙이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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