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장모님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다.

황와 2011. 5. 13. 01:23

 

11.5.12 장모 49잿날 산소서 제사지내다. / 264

 

한 사람 부모에게서 생 받아

인연의 씨앗 되어

공주 고모 귀하게 자라

내 가족 인연 벗고

새 가족 사랑 입어

희노애락 아기 낳고

가족 친척 어울림 속에

아내서 어미 되고

어미서 할미 되고

할미서 증할미 귀신

가까운듯 내것 모두 다 나눠주고

내 정 모두 닳도록 젖꼭지 물리고

내 육신 다하도록 자식 업고

애닲고 슬픈 인생 고개

홑적삼에 땀 배며 종(從)살이 

보릿고개 너머 행복 있는 양

허리 펴지 않고 호미질 괭이질 또 길삼질

목 빠지게 무거운 함지 장사

동지 섣달 설한풍에 떨면서 반월시장 고기장사

내 피붙이 내 핏줄 남처럼 먹여 살리려고

인격 위신 팽개치고 개소리 헛 사치

바닥부터 바르고 굳세게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언제나 검은 머리 단정하게

머리 물들이고 분 단장

병원가는 앞날까지 고결했습니다.

 

살아온 96년, 한솥밥 식모살이 40년

새끼들 모두 건사해 키워주고

집 충실히 지켜온 충견(忠犬)

우린 그 장한 어머니를

방에 가두어 두고

그 얼마나 외로운 헌신 강요하며

자신을 씹으며 참아왔던고

허리 아프다고

귀에 고름나고 아프다고

이가 흔들리고 다빠져도

눈이 진물나서 안 보여도

노인네 병원 선듯 한 번 구경시키고는

현대 의술 핑게 약 핑게

내 일신 편하게 살아온 게 아닌가?

병원서 아파 절절 맬 때도

의사에게 처방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하지도 못했고

속이 썩어 한방울 음식도 넘어가지 못함에도

더 큰 병원 찾아 가서 뚫어보지 못했다.

곱사등처럼 휘어진 허리 보며

내 허리 아픈 것만 알았다.

 

그 어머니 그 어른이

끈질긴 목숨으로 잇고 이어서

자식들 피해 덜주려고 생을 마감한 3월 25일

꽁꽁 묶어 그 뜨거운 불 속에서

뼈만 추려 땅에 묻은 지

7주, 매주마다 가고 온들,

잔디가 파릇파릇 잘 산들

그건 장모님이 바라는 게 아니란 걸

우린 알면서도 섭섭해서 그럽니다.

이제 그 알뜰한 배려도

오늘로 마지막 입니다.

마치 낙동강 배에 실어 띄우고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밀어보낸 참 못난 아들 딸 며느리 사위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잘 키운 은아, 훈이는 멀리 놔두고

인연을 내려놓고 훌훌 떠나셨습니다.

우린 그걸 은근히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이제 이 못된 세상에 다시는 오지 마시고

부디 극락 왕생하시옵소서

평생 부끄러운 죄 고개 숙이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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