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4. 남지 삼촌댁서 종처남 내외와 칡을 종일 썰었다. / 264
향긋한 칡 내음이 봄을 부른다.
원래 겨울이 제격이지만
때 놓친 봄 수확 쌀칡
장모님이 마련해 주고 가셨다.
여름 내내 세 이파리 겹쳐 덮어
천둥 비바람 막아주었고,
가을엔 보랏빛 꽃으로
가을을 안고와 산야에 뿌렸다.
배 고파본 사람
칡의 진미(眞味) 알듯이
주린 배 채우고자 그 옛날
자루 꺾인 괭이 어깨에 메고
산으로 향하던 어린 행군
칡 넝쿨 뿌리째
온 아이 달라붙어 줄다리기 하고
모자라서 괭이로 쪼고 또 쪼고
물 바가지 깻낱처럼 기도했었다.
허리 잘린 너덜한 뿌리
한 입 뜯어 질겅질겅
향긋한 단 내에
알싸한 푸른 내
잇빨로 씹고 빨고
또 외로움에 씹는 껌
칡 내음 한 줄기
어깨에 멘 용사 산을 내려왔다.
칡, 고향 내음, 어머니 생각
장모는 그걸 주시려고
칡 넝쿨 엉긴 그 야산에
스스로 삼베옷 입고 누우셨구나.
종남매 세 식구 온 종일
어머니 생각을 썰고
석두 날에 갈색 물들이며
칡 내음 봄볕에 향긋하게 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