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칡 내음

황와 2011. 4. 4. 22:28

11.4.4. 남지 삼촌댁서 종처남 내외와 칡을 종일 썰었다. / 264

 

향긋한 칡 내음이 봄을 부른다.

원래 겨울이 제격이지만

때 놓친 봄 수확 쌀칡

장모님이 마련해 주고 가셨다.

여름 내내 세 이파리 겹쳐 덮어

천둥 비바람 막아주었고,

가을엔 보랏빛 꽃으로

가을을 안고와 산야에 뿌렸다.

 

배 고파본 사람

칡의 진미(眞味) 알듯이

주린 배 채우고자 그 옛날

자루 꺾인 괭이 어깨에 메고

산으로 향하던 어린 행군

칡 넝쿨 뿌리째

온 아이 달라붙어 줄다리기 하고

모자라서 괭이로 쪼고 또 쪼고

물 바가지 깻낱처럼 기도했었다.

 

 

허리 잘린 너덜한 뿌리

한 입 뜯어 질겅질겅

향긋한 단 내에

알싸한 푸른 내

잇빨로 씹고 빨고 

또 외로움에 씹는 껌 

칡 내음 한 줄기

어깨에 멘 용사 산을 내려왔다.

 

칡, 고향 내음, 어머니 생각

장모는 그걸 주시려고

칡 넝쿨 엉긴 그 야산에

스스로 삼베옷 입고 누우셨구나.

종남매 세 식구 온 종일

어머니 생각을 썰고 

석두 날에 갈색 물들이며

칡 내음 봄볕에 향긋하게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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