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정(靜)

황와 2011. 2. 20. 11:37

 

                                                                        11.2.20 / 264

 

난 동심이 떠난 자리가 무섭다.

 

손자 두 놈 다섯, 일곱 살배기 

 

마루를 뛰며 노는 아이들

벽에 줄긋고 다니는 작은 놈

거실 책꽂이서 방금 빠져나온 책들

방바닥에 널린 이불

넘어진 쓰레기통

공부한답시고 펼쳐진 카드들

악쓰며 귀를 울리는 비명소리

관리소로부터 올라오는

민원전화 눈 붉은 소리

전쟁터에 사는 삶의 현장이다.

 

일요일 그들이 비운 휴일

창밖 베란다에선 춘란이 노란 혀 내밀고

소철 나란한 잎이 조용히 기도를 한다.

건조대에 다복히 걸린 빨래도

아이들 따라 놀러가고

할미 버선 한짝만 거꾸로 매달린 채

햇빛의 속삭임에 지겹게 하품한다.

 

고요한 오후

산사에 법복입고 산 버릇이면 당연한 평환데

그들 패악쟁이 무법자 

우리 안의 곰 새끼들이 떠난 빈 자리

따라 오는 적막

벽에서 화장실에서  

까르르 까르르 박제된 음 

당장 뛰어나올 듯 

웃음이 그속에 있음을 깨닫는다.     

 

자유 속에 속박된 버릇

그게 해방된 자유를 구속한다.   

 

난 가족의 빈 자리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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