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9 혹독한 겨울가에서 /264
독립기념관 제7 전시실
손톱 박박 긁은 단말마
벽 속에서 악귀혼(惡鬼魂) 감추고
머릿발을 수수비처럼 세웠다.
거기 아악 녹두장군 전봉준 머리
핏방울 줄뿌림 한 채 하늘 마루에 걸렸다.
상투 끝에 부릅 뜬 눈과 헝컬어진 머리카락
끄트머리에 매달린 성난 영혼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단지 보는 순간 피가 꺼구로 돌고
악다문 잇발 사이로 붉은 에너지를 뿜는다.
난 그때 애국자도 아닌데
세상일이 그리도 바쁘면 그만 제 눈을 감고 말지
삭막한 거리, 비닐만 날려도 안테나는 몰려든다.
평화로운 복장(腹腸) 속엔 앙칼진 칼날을 숨기고
다 잡아 먹지 못해서 기회만 노린다.
토해 낸 라면 가닥같은 헝컬린 세상
달동네 비닐창 냉방에선 동태 생명이 오늘도 죽어 나가고
얼어터진 계량기에 놀란 지구는 불 마져 끈다.
푸른 달빛 실어나르던 한강
거긴 유빙(流氷)이 옴짝달싹 못하게 수갑을 채웠다.
너도 나도 방조죄 죄인되어 단두대로 갈 군상(群像)
그러나 국립박물관 두상(頭像)없는 보살상은
수많은 따돌림 속에 닳고 닳아도
조용한 생명 몇 천 년을 살았듯이
겨울은 자꾸 우리 목을 싹뚝 잘라 버린다.
생각없이 골목을 쫓는 회색 군상들
부끄러운 듯 미안한듯 체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