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목 잘린 군상들

황와 2011. 1. 20. 00:42

 

                                                               11.1.19 혹독한 겨울가에서  /264

 

독립기념관 제7 전시실

손톱 박박 긁은 단말마

벽 속에서 악귀혼(惡鬼魂) 감추고

머릿발을 수수비처럼 세웠다.

거기 아악 녹두장군 전봉준 머리

핏방울 줄뿌림 한 채 하늘 마루에 걸렸다.

상투 끝에 부릅 뜬 눈과  헝컬어진 머리카락

끄트머리에 매달린 성난 영혼

누가 그랬는지,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른다.

단지 보는 순간 피가 꺼구로 돌고

악다문 잇발 사이로 붉은 에너지를 뿜는다.

난 그때 애국자도 아닌데

세상일이 그리도 바쁘면 그만 제 눈을 감고 말지

삭막한 거리, 비닐만 날려도 안테나는 몰려든다.

평화로운 복장(腹腸) 속엔 앙칼진 칼날을 숨기고

다 잡아 먹지 못해서 기회만 노린다.

토해 낸 라면 가닥같은 헝컬린 세상

달동네 비닐창 냉방에선 동태 생명이 오늘도 죽어 나가고

얼어터진 계량기에 놀란 지구는 불 마져 끈다.

푸른 달빛 실어나르던 한강

거긴 유빙(流氷)이 옴짝달싹 못하게 수갑을 채웠다.

너도 나도 방조죄 죄인되어 단두대로 갈 군상(群像)

그러나 국립박물관 두상(頭像)없는 보살상은

수많은 따돌림 속에 닳고 닳아도 

조용한 생명 몇 천 년을 살았듯이

겨울은 자꾸 우리 목을 싹뚝 잘라 버린다.

생각없이 골목을 쫓는 회색 군상들

부끄러운 듯 미안한듯 체면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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