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생명 차용증서

황와 2010. 11. 3. 16:05

 

                                                                      10.11.2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진료 /264

  

 

 

 

 

창밖의 가을

노랑 바람이 분다.

유채색 햇빛이 분다.

우수수 떼지어 땅위를 구른다.

하늘이 산천을 태워

누룽지색 양탄자 포근하게

온 산 구수한 냄새로 침이 감돈다.

  

갑자기 모자 눌러쓴 채 

 

병원 안팎 모두 가을이다.

그 창창한 여름 다 보내고

밝은 기대 찾았으나

쑤시는 통증에 입술이 굳었다.

행복은 이미 달아나 버렸다.

세상 걱정 모두 혼자 다 안은 듯

 

 

 

 

아산(峨山) 선생은 언제나

동관 중앙홀 가운데서

팔 다리 잘린 채 황금 옷 입고

오가는 아픈 사람들

밝은 얼굴과 극복할 용기  

눈 웃음으로 힘을 준다.

 

병실 진찰실 수술실 심지어 식당까지 

가는 데마다 만원 

서울은 병자 천국.

거길 찾는 정상인이 이상해 진다.

재생 삶 빌리려고 특진 명의(特診名醫) 앞에 

구걸하듯 줄 서 앉아 

진찰료, 약값 20만 원 

단기 생명 차용증서  

3개월간 버텨볼 요량이다.

 

온 가슴 등골 다 벌리며

이미 의사가 거두어 간 자존심.

내 생애 진 빚 독촉장 땜에

내년 이맘 때까지

어쨌던지 또 견뎌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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