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또 하나 산너머 갔다.

황와 2010. 10. 9. 21:22

 

10.10.9 처당숙 황운환 먼당고개 넘어 갔다. /264

 

 

체육시간 정열 오와 열

기준이 바로 나였다.

오후 첫시간 체육

식은 도시락 급히 체하게 퍼 먹고

맨 먼저 뛰쳐 나와 오른 손을 들고

목청 껏 외쳐야 했다.

 " 기준 ! "

 

나이 많은 처아재와 어린 질서(姪壻)

남지학교서 동학년 선생님으로 어울리며

내 무안 남의 핀찬 다 받아주고

친구처럼 가족처럼 

내 일 남의 일 없이

배려하는 맘만 내 것이었다.

 

어려운 시절 60년대 말

광산 벽지학교서 첫출발

농촌 출신이라 버릴 수 없는 태생

논두렁 촌선생으로 

정성을 다한 할아버지

다정하게 챙긴 따뜻한 선생님

이 학교 저 학교 임기 다채우며

어리석은 아이 일깨우고  

명퇴후 세상 근심 다 안고

요양병원 눈치밥 긴 고통 참으며

여든 밑자리서 부모님 찾으러

뒷산 고개너머 가셨다. 홀연히

십년 시월 팔일 밤에

 

가족 배웅

친구 이웃 배웅

사랑한 제자 배웅

손뼉 치며 떠나야할 텐데

모두 놓인 그대로 놓아두고

입고있던 옷 활활 벗어 홀로

맨몸 깨끗하게

산 너머 주막집 주모 찾아

좋아하던 막걸리 마시러 가셨다. 

 

사람은 언제나

가고나면 기준점을 찾는다.

한 세상 고개 한 번

숨 한 번 아끼고

언제나 빈 듯 모자란 듯 

낮추고 위하며 조심스레 산 인생

큰 소리 한 번 치지 못한 게 서럽습니다.

어깨 한 번 펴지 못한 게 미안합니다.

내 몸 내 멋대로 살지 못하고

주둥이 끄는 미친 개처럼

세상 낮은 곳에 눈 주다가

애달픈 산을 넘었습니다.

 

황운환 선생님

저는 그 낮은 맘을

기준으로 읽었답니다.

 

 

 

 

    

'고마운 만남 2 > 청아한글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 차용증서  (0) 2010.11.03
가을 배 따기  (0) 2010.10.24
품앗이  (0) 2010.10.09
갈매기의 날개짓   (0) 2010.10.07
몸짱 줄넘기  (0) 2010.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