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21 창녕군 낙동강변 벽지학교 제자가 갑자기 그립다./264 |
요즘 비몽사몽간에 잠잔 둥 마는 둥
새벽 꿈에 놀라 일어나기도 한다.
창녕군 안에서만 25년간 지켰던 키다리 선생님
아물거리는 제자들 약 1천명
그속에 의합일치된 사례가 생각난다.
정호가 살아난듯 눈을 번쩍 뜬다.
낙동강가 후미진 벽지 마을
동네마져도 억만진창이라는 저습지
메기 하품만 해도 물 담아
농사를 다 망치는 가난한 동네
소제미 마을의 안집
겨우 풀칠해 사는 아이
5학년 담임을 맡고 나니
가장 채둥이 여리고 야윈 몸
겨우 2학년 정도 되는 아이였다.
그가 가진 왜소증은
이미 병원에서 판명된 심장판막증 환자
한번씩 부산대학병원에 가서 지료받고 오면
그게 가장 밝은 얼굴의 아이얐다.
내 앞에만 오면
밝은 얼굴로 재잘거리는 모습이 떠오른다.
언제나 노는 중에서라도
덩치 큰 친구들에게 밀려 넘어질까
내가 보호자일 수 밖에 없었다.
힘드는 일은 지켜 보게하고
달리기 할 때는 숨이 가빠 열외로 지켜보게 했다.
늘 내 눈 안에서 노는 아이
인상은 밝아 다른 아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함께 다니는 집단 등하교할 때면
효암 동네 가장 힘센 문수에게 잘 데리고 다니라고
특별 보호령도 내리기도 했었다.
공부는 조금 모자라 겨우 글을 읽을 정도
다른 아이들에게 존재 의미를 주려고
교과서 읽기를 자주 시켜 주었다,
더듬더듬 읽어도 잘 읽었다고 크게 칭찬해 주었다.
조금씩 공부에 취미를 붙이도록
선생님의 관심을 아이들의 관심으로 이끌었다.
군내 불우이웃돕기를 하면
여러 사람들 몫을 모아서 교육청으로 보냈지만
우리 반은 꼭 일부를 떼어서
내 담임도 몫을 보태서
정호네에게 지원해 주었다.
대학병원 간다면 우리 반만 스스로 모아서
몇 차례 교통비에 보탰다.
그 아이가 한 학기 동안 잘 지내고
학년도 끝나갈 무렵
평소 미래에 대한 꿈을 강조해 왔던 터라
그걸 확인해 보려는 수업에서
돌아가면서 자기의 꿈을 말해 보라고 하였는데
교사는 아이들 얼굴만 봐도 그의 가정사정 다 살펴
그 아이의 꿈이 이심전심으로 전해졌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과학자, 선생님, 의사.....
덩치 큰 운동 잘하는 아이는 장군, 운동선수, 기술자....
여자들은 거의 간호사, 선생님, 공무원, 주부 ......
순서가 거의 마지막 차례 정호에게 왔다.
난 기도하듯 그에게 건강하게 밝게 살아주었으면 !
그런데 제법 시간이 걸려 내뱉는 말이
"건강한 신사" 란다.
내가 그에게 텔레파시로 전해진 말
너무나 사제간 의합일치된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를 번쩍 들어 올렸다.
가볍게 애기처럼 들어도 무겁지 않다.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존재의미가 더욱 절실한 아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건전하고 밝게 자라나기를
기도처럼 바라고 있던 터이다.
항상 약해서 도움주어야했단 그 아이 입에서
건강하면서 신사처럼 당당한 꿈을 그렸다.
지금 내 나이 8순
그 아이가 현몽하듯 내 새벽잠을 깨웠다.
그 생생한 표정 잃을 까봐
지금 그 얼굴 웃음소리를 글에 담는다.
내 정을 쏙 뽑아간 아이는
꿈처럼 생애를 바르게 잘 커 주길 후원했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후 몇년 안돼서
결국 심장병으로 하늘의 별이 되었다고
최근에 누구에선가 먼 소식을 들었다.
잊고 있었던 그 아이가 날 원망하는 걸까?
보람을 먹고 살았던 교사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오늘 아침이 허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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