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멀리 하늘나라에서 내려다보며
잘 되라고 응원하는 목소리
기도하는 마음으로 들린다.
1년내내 풍찬 노지에 잡초에 덮혀
무관심하게 방치해 뒀던 자손놈들
일년에 겨우 한번 청소해 주면서
오만 인상 다 찌푸리며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몸
무덤앞에서 탈기를 한다.
숨소리 가쁘게 허덕이며
젊을적 한번 쉴 정도를
대여섯번 퍼질고 앉아 쉰다.
이제 벌초도 손을 놓아야 될 땐가보다.
야무지게 다 깎지 못하고
예초기 소리 윙윙 성내게 한다.
풀이 올여름 내 키 한길이나 우거졌다.
엄마 산소 위에는 축대까지 무너지고
돌더미 겨우 들어 올려 어슬프게 쌓아올렸다.
예초기 잡으면 서툴고
까꾸리질 해도 가슴이 터질듯 숨이가쁘다.
겨우 그늘에서 자제하고 나서야 또 시작했다.
나는 숨이 가빠 나대로 얼굴 노래지고
한살 아래 동생은 더 병약자라서 더 자주 쉬고
오늘 서로 보며
이제 우리의 벌초 참여가 마지막인가 보다.
벌초 마치고 성묘까지 했다.
월아산 질매재부터 먼저하고
양부모님 생부모님 네분 부모님에게
우리 정성 쓰러지기 직전까지 참으며
산가 청소했다.
우리 문태 율이 왔냐고 쓰다듬어 주신다.
그러나 히줄럭거리는 모습 다 보고
안타까와했을 부모님께 미안하다.
다음은 뒷뫼로 옮겨
증보부모님 산소
조부모님 산소
두 봉 청소작업인데
대낮 햇볕아래 녹초가 되고 만다.
이러다가 큰일 나겠다 싶어
대강 베고 꺼꾸리질하고
나서 보니 긴 풀도 다 자르지 못했다.
동생은 더 이상 못하겠다고 그늘에 가서 앉는다.
당초 그늘에 앉아 보고만 있으라고 해서 참여시켰는데
실제로 나도다 더 예초기 작업이 더 잘해서
진행했는데 쉬 피로감에 나가 떨어진다.
평소 같으면 혼자서 아침저녁 시간내서 다했는데
오늘은 영 힘을 못쓴다.
안타까움이 내게 전해져도
나역시 까꾸리질 몇번하고 나면 쉬어야했다.
결국 곁에 있는 숙부님 산소도 못하고 내려왔다.
미안하지만 우리 체력이 그까지였다.
종제가 혼자서 아침에 하라고 맡기니
미안하지만 체력이 바닥나서 어쩔 수 없다.
돌아오는길 동생집에서 점심 먹고
오늘 입맛이 싹 가버리고
국물에 두어숫갈 말아 넘기고 왔다.
다행히 나보다 더 고생한 동생
밥을 잘 먹는걸 보니 안심이다.
온갖 채소 나물 호박 감자까지 가득 실어준다.
큰집에 들려 보관된 쌀 찧은 것 싣고
고추가루 깨 밤 한봉지 얻고 왔다.
고향 인심은 언제나 미안할만큼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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