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12 추석 차례, 숙부님 첫 차례, 승훈 혼인, 창훈 취직, 산소 고유 성묘 /264
푸른 한가위 보름달의 행복감
국사봉 꼭대기에 서서 염원하지만
하늘은, 피곤한 하늘은
세사(世事)에 시달려
하늘의 커텐을 닫은 채
밤을 열지 못했다.
끈을 이은 사람은
이 때가 해방된 기쁨처럼
가슴을 밀고, 추억을 밀고
고향으로, 부모님에게로
밤낮 정류장으로 변한 고속도로
인내심 용기 걸고 밤새 걸었다.
장마 같은 지루함 참고
희망의 정 품은 새아기
친정 늦은 방문 환대 받고
자는둥 마는둥 다음날
현관문에 눈길 머문 어미 마음
새아기 오자마자 부엌에 같이 선다.
곁에 서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시어미
설레고 조리던 마음
너그럽게 양보하며 최소한,
최소한 방안 종문(宗門) 위해 고민했었다.
난 게으런 난
그들 오는 기척 받아들이고자
외손자 떠난 널린 장난감 세 방
쓸고 닦고 정리하고
마루바닥 닦고 쓸었다.
혼자 아닌 친족을 위해
보름날 새벽
무단히도 늙은 잠은 누군가 물고 가고
부시럭부시럭 감은 눈 속을 굴린다.
텔레비젼 껐다가 켰다가
네 시도 되기 전에 부엌을 깨운다.
곧이어 새아기도 앞치마를 입는다.
제삿상 첫 차림
일러 주는 것보다 보고 배우라고
바쁜 시어미 갈수록 말이 줄고
위일 없는 며느리 문설주에 기대선다.
모처럼 온 창훈이 한국방송 앵커 축하하고
병풍 젯상에 지방 붙이고
오가는 제삿상 제물 옮기고
가족들 한 줄 서니
이번 추석 조상님의 입이 벙긋해 지신다.
한가족 모이니 조상님 출석 점호
한 올처럼 정다웁다. 함께 음식 나누고
음복(飮福) 아침겸 제삿상 물려
나물 비빔밥 얼른 때우고
삼촌 첫 차례 고향 성묘
가족들 차에 담뿍 실고
빽뻭한 고속도로 두고
가을 익는 들판길을 달린다.
추억이 기쁨을 물고온다.
숙부님 남파처사(南坡處士) 첫 차례
올 설날 무심히 떠나신 후로
숙모는 밭가에 앉은 영감보고
산밭 가꾸는 땀과 설움에 육수 쏟고
첫 제삿상 자녀 보라는 듯
정성 모셨다. 체념한 듯
엎드린 제관들이 모두 슬프다.
다시 첫 길 훈이 내외와
월아산 질매재 부모님 산소 보고
뒷메 대밭 뒤
증조부모, 조부모, 남파처사 숙부님
온가족 엎드려 성묘하고 고유사(告由辭) 올렸다.
장성한 종손 현손부 맞음,
현손 훌륭한 취직
넉넉하게 반겼다.
줄기를 심었다
비탈 밭에 심은 숙모님 정성
채소 약초 뜯고 가득
고향의 선물 넉넉한 정 푸성귀
인격보다 더 귀한 사랑
윗사람이 주는 배려가 사랑이다.
큰집, 다래미 아재집 새아기 보이고
동생네 집 가족,
오래간만에 지은이 내외 보고
반성 누나네 악취나는 외로운 섬
삼남매 가족 모여 단술로
누이 정 확인시키고
상곡 고모님 찾아
말라가는 혈육정(血育情) 알고
밤 돌아오자마자 반찬 음식 주섬주섬
어미 마음 차에 가득 실어
새벽 두 시에 날려보냈다.
오늘 하루 참 든든한 짜임
진성 동산 고향을 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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