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웅덩이 회고(懷古)

황와 2010. 9. 16. 01:45

 

10.9.15 /264

 

진성 동산리 중촌동네 가운데담

굴문댁 대밭 그늘이 반쯤 잡아먹고는

한쪽 정방형 밭에는 삼이 자라고

낮은 강담 두른 밭뙈기와

손바닥만 한 한 뼘 꺼진 텃논과  

한센병 삼곶쟁이 부산 할배 삽짝 앞에서

살찐 장닭과 봄 무리 햇병아리들 

이랑 솟은 보리싹은 그놈들 차지

엄마는 갈 때마다 들 담 너머로 구시렁댔다.

 

찬바람 된서리 아침

개똥망태 걸치고 

논귀 산책 나가시던 할아버지

삼촌은 똥 장군 지게에 

바 작대기 가로 안은 팔장 낀 손

또 물지게 한두 짐

그건 아침 해장꺼리였었다. 

 

형들 조기 횡사로

일제말 중학교 문턱에서 그친

삼촌은 반거 칭이 농사군 이었다.

온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

돌덩이 일군 박토

조산 언덕 성(城)처럼 두르고

주먹돌 담쌓아 만든 샘 

원 없는 가난 베풀고

이사(移徙)로 무너진 종토(宗土)

한쪽 헐어내니

깊은 물 넉넉한 조상의 지혜였다.

 

 

 

       

 

  

시꺼먼 늙은 감나무

땡감 떨어져 샘에 침시(沈枾) 담고

시퍼런 눈 두둑에

붉은 점 박힌 배 비단개구리,

징그런 뱀 허물과

한삼덩굴 덮은 음침한 조산 무덤

허어연 하늘 비추는 반영

피에 허기진 시꺼먼 거머리

구불구불 헤엄치는 까만 밤

비스듬한 비탈 내려가는 게

귀신 만나러 가듯 가슴이 저렸다. 

한 번도 거기선 나를 찾지는 못한  

공포의 대상

죽음의 구렁텅이

 

손바닥만 한 가뭄에

장대 가로 걸치고 

긴 버드나무 목 끝에

양철통 잘라 달고

지렛대 원리 깊은 물 돌려 퍼서

가슴 팎 타고 눌러

손잡이 틀어 퍼올린 두렛 물

발 담근 채 참 신기한 어린 놀이터

할아버지 아버지 또 머슴은

땀 뻘뻘 7월의 노동 터였었다.  

 

땀 먹은 물맛에

작은 손바닥 애달픈 장리(長利) 양도(糧道)

겨우겨우 봄날 이은 삶

송구 꺾어 풀칠한 끈질긴 목숨

등지게 입고 배꼽 내미는

우리 집안 장정(壯丁)들의 쉼터

새벽부터 밤까지

잠 쫓는 삶의 터

준비성있는 조상의 지혜

애환 기록의 장(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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