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30 혼자 갈뫼산둘렛길 호젓이 거닐다./264 코스 : 집-마산역-철도굴다리밑-사각정자-능선길-중봉정자-정상정자-하산길-둘렛길-편백림-허릿길- 사각정자-굴다리-마산역-집 거리 시간 : 12,400보 9.2km, 4.0시간 특색 : 비 온 후 촉촉한 산길 걷기 인내의 수 헤며 올랐다. 외로운 벤치마다 모두 쉬며 걸으니 17 곳이었다. 안개구름깔린 숲길 새소리 가즉히 아늑하더라. |
사흘 동안 오는 듯 안오는 듯 끊어지지 않더니
아침이 돼서야 은빛 구슬알
난간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다.
비는 다 온 것 같다.
화요 걷는 날 오늘 쉬기로 했으니
나 혼자라도 갈 길 꾸민다.
어슬픈 몸 이끌고 우유 한 봉지 넣고
마산역전으로 올라간다.
화단에 노오란 살구가 멋지게 익어가고 있다.
먼저 사진으로 따낸다.
입에서 신 침이 굴러 나온다.
가즉한 짧은 코스 갈뫼산 만만하여 잡는다.
역전에서 가는 길 울타리에 줄장미
비로 부셔져 길가에 붉게 뿌려졌다.
그 자체가 꽃으로 아름답다.
경전선 철도 굴다리 아래서 잠시 앉았다가
오늘은 모든 벤치는 다 쉬어보리라.
맨 먼저 약수터 쉼터에 먼저 앉았다.
빗물로 쓰러간 오솔길
솔뿌리 드러난 황톳길 반들반들하다.
그 느낌만 봐도 미끄러울것 같아 조심한다.
세번째 사각정자에서 쉬며 솟은 땀 식히고
오늘은 등산로를 따라 능선길을 간다.
멀리서 소쩍새 우는 듯하더니
온갖 산새들 잘게 울어댄다.
뻐꾸기도 가까이서 몇 번 울고 사라지고
산까마귀 쉰 목으로 울며 퍼덕거린다.
작은 산새 맑은 소리 싹을 키운다.
산등성이를 따라 오르니
마목처럼 돋아난 문둥병 걸린
리기다소나무 솔뿌리 드러나 징그럽다.
하연 상처 관솔까지 드러나 있다.
중봉 정자에 또 앉는다.
아직도 물방울이 의자 끝까지 젖어있다.
엉덩이만 갖다 대고 숨소리 땀 고른다.
기둥에 걸린 시계가 외롭게 움직인다.
그 모습 아무도 관심주지 않았나 보다.
11시 50분 장단침 서로 만나려고 애쓴다.
다시 오솔길 오른다.
착한 등산로 바위덤 위에 파란잎 나무 모질게 자란다.
갈뫼산 최고의 느낌이다.
아마 산벚나무인듯 억지로 자란다.
갈뫼산고지 166m 사각정자가 여유롭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바라보는 전망 최고 풍경이다.
양덕동 동네가 구름 속으로 숨으러 든다.
높다란 메트로시티 2단지가 장대처럼 높다.
오르는 길은 언제나 내게 고통을 준다.
그래서 숫자를 센다. 인내의 수다.
100개씩 끊어 다시 시작하니
인내의 수는 벤치 있는 곳마다 숫자가 끊긴다.
계속 눈 아래에 깔고 차례숫자 암송하니
나도 모르게 나를 정상에 올려놓더라.
시계가 나에게 은연중에 같이 세잔다.
이제 나도 눈꼬리가 가려져
쌍꺼풀 수술을 해야 할까보다.
자꾸 그 무게가 무거워지니
하루 중 절반쯤은 눈을 감고 느낀다.
뻔할뻔자 인생살이 도사가 되어 간다.
난 혼자가 아니다.
푸른 하늘도 내 것
바람부는 나무도 내 친구
지치게 울어대는 산새들도 내 벗
단단하게 받혀주는 땅바닥도 내 터전
그래서 난 외롭지 않으니 즐겁다.
다시 정상 조금아래 체육공원에서
운동기구와 노니는 벤치에 앉아 쉬고
내리막길 조심조심 다리 떨면서 내려가
또 쌍벤치 외롭다기에 앉는다.
푸른 나무잎 바람이 흔들면
차가운 물방울 목덜미를 놀라게 한다.
갑갑했던지 뒤에 따라오던 여인들 앞질러 간다.
새소리에 놀라 일어난다.
혼자 쉰다는 것은 넉넉히 쉬지 못한다.
왜냐하면 내 혼자 늦다는 자각으로 또 출발하고 만다.
여럿 다닐 때보다 혼자 다니면 적게 쉰다는 뜻이다.
이제 허릿길을 간다.
푸른 고사리 뒤덮은 어느 부부 산소
모든 부질없는 이야기 버리고
침묵 속에 평화롭다.
아마 내 모습이 저렇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재잘재잘 씨부리지 못하는 버릇
들어주기만 할 뿐 아내는 재미없어 한다.
부부간 과묵은 금이 아니라 장애물이다.
알면서도 개선 못하니 많이 모자라는 사람이다.
휘휘 도는 길 최근 많이 곧게 가꾸었다.
다리 아픈 내게는 적선하는 코스다.
편백숲에서 평상에 걸터앉아 간식 씹었다.
편백숲길 공기 깨끗하니
숨쉬기가 매우 편하다.
숲속엔 잡초 자라지 못해
아카시아 모진 잎만 자라나고 있다.
도랑가 물소리 듣고 손을 씻는다.
어제 온 비가 물줄기 되었다.
다시 아래편 벤치에 앉아 새소리 들었다.
지나는 고속도로 차소리가 벽을 만든다.
하늘을 뚫고 녹색 하늘이 틈을 연다.
그린 천국 아름다운 자연이로다.
벌써 보랏빛 싸리꽃이 피어 늘어졌다.
다시 오솔길 빤한 길 찾아 나선다.
찻소리는 자꾸 날 재촉한다.
소리없는 곳으로 쫓는다.
휘둘러 도는 길 많이 가꾸어 곧게 만들었다.
새로 만든 길 진흙범벅이 되어 발바닥에 뭍어 온다.
가랭이가 이미 황톳빛으로 물들었다.
마나님 무서워 앉아서 조용히 손으로 비벼 턴다.
이마처럼 툭 불거진 바위 아래에 벤치 있으니 쉬고
산을 거의 다돌아 남쪽 소나무숲에서 또 벤치에 쉬고
처음 올라갈 적에 쉬었던 사각정자에서 마감으로 쉬고
황톳길 내려와 먼지떨이에서 발바닥 흙 털고
석전동 약수터에서 마지막 발등 씻고
굴다리밑에서 마지막으로 쉬니 열 여덟 번째였다.
마산역으로 나오면서
장미꽃 무더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떨어진 꽃잎이 더 아름답다.
어느 정원 좋은 집 담너머에 익은
빨간 보리수 한 줌 따먹고
금계국 아름다운 웃음 오늘의 마지막 내 기분이다.
집에 돌아오니 1만 2천 보 넉넉히 걸었다.
오늘은 시간을 가장 늘여서 걸은 날이다.
무릎이 처음 산 오를 때는 아픈 느낌이
평지에 오니 아픈 것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집에 있는 것보다 나오니 훨씬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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