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3 산호천변 데크길 한바퀴 조심스럽다./264
나이 든 내가 아기걸음
도랑가 물소리 보며 걷는다.
겨울방에서 해방해 나온 갓깬 병아리처럼
비뚤비뚤 지팡이 짚고
부끄럽게 모자 눌러 쓰고
햇살을 세며 걷는다.
아 옛날이여
저절로 그들이 그리워진다.
산천을 헤매던 나이 든 여인들
길사랑 길벗들이 내게 조롱을 한다.
아이구 부끄러워라
그러나 내 등 두드리며 손을 잡자고 한다.
10여년 한께 동행해준 사람들
도랑가 물이 돌틈에 숨어 반짝인다.
숨어서 지낸 물고기처럼
맑은 물에 빛을 내밀며
안 나오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참 밝은 봄날 한낮
찾아든 쇠오리 한마리
개구리 울음을 가창한다.
농협 갔다가
국민건강보험 갔다가
모처럼 나온 봄나들이
병자 할일 찾아 한바퀴 돌고
내 일인 양 쓰레기봉투에
흩어진 종이 줍는 노인들이 고맙다.
제발 씩씩하게 걸었으면 ......
1시간 20분 완수한 애들 걷기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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