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산호천 도랑가 아기걸음

황와 2023. 3. 3. 11:47

                             23.3.3 산호천변 데크길 한바퀴 조심스럽다./264

 

나이 든 내가 아기걸음

도랑가 물소리 보며 걷는다.

겨울방에서 해방해 나온 갓깬 병아리처럼

비뚤비뚤 지팡이 짚고 

부끄럽게 모자 눌러 쓰고 

햇살을 세며 걷는다.

 

아 옛날이여

저절로 그들이 그리워진다.

산천을 헤매던 나이 든 여인들

길사랑 길벗들이 내게 조롱을 한다.

아이구 부끄러워라

그러나 내 등 두드리며 손을 잡자고 한다.

10여년 한께 동행해준 사람들

 

도랑가 물이 돌틈에 숨어 반짝인다.

숨어서 지낸 물고기처럼

맑은 물에 빛을 내밀며

안 나오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건다.

참 밝은 봄날 한낮

찾아든 쇠오리 한마리 

개구리 울음을 가창한다.

 

농협 갔다가

국민건강보험 갔다가

모처럼 나온 봄나들이 

병자 할일 찾아 한바퀴 돌고

내 일인 양 쓰레기봉투에 

흩어진 종이 줍는 노인들이 고맙다.

제발 씩씩하게 걸었으면 ......

1시간 20분 완수한 애들 걷기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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