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6.19 진주 진성 동산리 반야동 산 19번지에
재령이씨 사의공파 7세손 사과공(휘 蓂) 할배
그 직계 종사손(宗嗣孫) 숭묘원(崇墓園) 이장하다./264
갑자기 집안 종손인 종제에게서
사과할아버지 직후손 안택지를 종산에 마련하고
한동네 이루도록 이장하겠다고
그 주선을 내게 맡긴다.
숙제를 맡고나서 부턴
매일 밤마다 족보와 사례를 찾아
검색하고 점검하고 초안 만들고
처음하는 역할이 참 무겁다.
'우리 집안 문장 노릇 네가 하거라'
직와(直窩) 할배께서 무릎앞 손자에게
주사(注射)준 명심자구(銘心字句)였다.
윤사월의 끝 점인 음 4월 28일
패철과 각 서식 용지, 지방, 도해 ...... 준비하여
일찌기 깨끗한 맘으로 고향으로 향했다.
반야동 산천은 이미 윙윙 포크레인 소리 자욱했다.
할아버지 새동네 조성작업이 시작된 터다.
먼저 흩어진 묘의 위치를 찾는 작업부터
어제내린 빗방울이 맺힌 풀숲
헤매고 다니니 신발 안부터 젖었다.
좌판이 놓은 곳 확인하니 8대조까지만 확인되고
상하좌우 대소 봉분을 비교하여
백지에 해당 선조 직명 성씨 기록하여 놓아두고
먼저 산신제를 올려 산신령께
무사무탈(無事無奪)하게 도와달라고 빌고
다음은 산소마다 고하기를
재령이씨 사과공종중 숭묘원 새동네로
부부합장하게 됨을 고하고
진동과 시끄러운 소리에 놀라지 말라는 고유제 올린 뒤
태기태 10대조 사과공묘소를 비롯하여 3기
배망골 큰벌과 중간벌 17기
씰미 앞산 1기
달음산 외밭등 2기
네 군데 산녘에 세 대의 중장비를 동원하여
스물 네 봉분을 개장하게 되니 대 역사다.
한쪽에서는 새 묘원 조성에 하루 종일 감독했다.
분습된 유골은 오동나무통에 분골쇄골(焚骨碎骨)하여 담고
멀리 고성 대가면과 함안 군북면에 있다는
묘소 삼기(三基)는 찾을 길 없어 자연으로 돌리고
대신 지방구(紙榜柩)로 모셨다.
특히 돌아가신지 십수년된 봉동아재 내외는
밀린 진주화장장 대신 삼천포화장장까지 가서 해 왔다.
새동네 조성작업은
먼저 그 자리에 있었던 묘소의 방위를 따라서
양지쪽 방향 임좌(壬坐)를 정하고
첫째단은 우리 사과공종가 분파 조상
사과공 할배 내외분 1기를 모시고
둘째단에는 9대, 8대, 7대조 할배 내외분 3기를
세째단에는 6대, 5대조, 고조, 증조 할배 내외분 4기를
네째단에는 조부모와 부모님, 나머지 빈자리 5기를
다섯째단에는 후손들이 묻힐 곳으로 비웠다.
그 아래에 규묘가 큰 상석이 놓이고
앞에는 '재령이씨 사과공종중 제단' 이라 적고
옆면에는 사손 가족과 딸 사위들 기록했다.
전면 양쪽에 망주석 세우고
묘원으로 올라가는 길 닦고
'재령이씨 사과공종중 숭묘원' 표석 세운다.
주변 낮은 원장 둘러 잔디 심고
흘러내릴 수로(水路) 양쪽으로 가르니
양지바른 아담한 산동네 이뤄졌다.
매장 방법은 분쇄된 유골통속에
갈아서 만든 밝은 모래 채워 넣고
좌에서 우로 할배 할매 순으로 배열하고
아래에 모래흙을 깔고
표토를 다져 넣고 대석을 깔고
그위에 표지와비(標識臥碑)를 세우고
굵은 자갈 모두 긁어내고
잔디 촘촘히 심어
산가가 평온하게 앉았다.
이제 할배 손자가 정다운 마을
웃음소리 새소리 되어 번질 게다.
마지막 봉안제 올렸다.
간단한 포과제물 정성껏 차리고
스물 네 분의 잔과 수저 놓고
초헌은 병철 10세 종손이
아헌은 현지 7세 후손이
종헌은 10세 후손인 내가
집례 축관이 되어 봉안축문 읽고
자손된 도리 다한 보람 느끼며
이제부턴 조상과 후손이 서로
보살피고 효도하는 사과 종중이 되기를 기원했다.
갑자기 윤사월 길일 무탈하기에
각 종중 백가마다 이장작업이 많은 탓에
표지석과 망주석이 덜 되어서
준비되는 대로 설치해 주기로 하고
기울어진 나무도 조금 더 정리하고
출입구 구거 위에 다리는
둘째 철근기술자 병석이가 준비하여 놓기로 하고
깜깜한 초저녁 마치고 함께 식사했다.
태연이 가족까지 와서 오빠를 찾는다.
치매가 와서 어눌한 말씨가 안됐다.
마지막 숙모님까지 찾아뵙고 돌아오니
오늘 일은 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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