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문회원 "진해문화" 게재]
내 고장 산 오르기로 건강한 진해인 기르기
도천초등학교
교장 이동춘
1. 진해 사랑 실천을 위한 고민
나는 진해를 오가면서 장복터널을 빠져 나오면 툭틘 남해 바다가 가슴을 열게 한다. 닫힌 답답한 가슴이 확 뚫리는 듯 스트레스가 풀린다. 나는 이 광경에서 진해가 좋다. 나는 40여년의 교직생활 중 어느 곳에서나 그 지역 탐구에서부터 출발하여 나라와 민족에 대한 교육으로 정성을 다해 노력하였다. 지금 진해에 근무하면서 진해를 사랑하는 교육 실천은 당연한 교육 과제일 수밖에 없고, 가장 효과적인 진해 사랑 교육 방안이 없을까? 궁리하는 건 늘 걱정하는 학교 교육과정 경영의 중요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 진해교육청의 특색 과제 속에는 ‘ 내 고장 산 오르기 ’를 매년 강조하고 있고 이것은 인근 타시군 교육청의 교육과제 속에는 쉽게 발견되지 않는 좋은 교육 방안이다.
우리 진해는 남쪽은 바다로 틔었으나 동북서 3면은 산줄기로 둘러싸여 지형상 군항으로서는 적지이겠으나 알게 모르게 진해 사람들의 마음의 울타리가 되어 외부와의 교류를 차단하고 폐쇄적인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장복산-안민고개-시루봉-천자봉을 잇는 산줄기는 병풍처럼 둘러있어 진해사람들의 배후 백그라운드가 되며, 시민의 물과 공기를 깨끗하게 해 주고 휴식처가 되고 울타리가 되고 방어선이 되어 온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자연환경이기에 진해를 사랑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터전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산줄기는 우리 진해를 에워싼 대표적인 자연이요, 고향이며, 낮지도 높지도 않으면서 진해인이면 누구나 몇 번은 올라봐야하고 올라가지 않으면 안되는 곳이 이곳일 것이다.
지역사랑 마음을 기르는 향토교육은 어느 지역이나 다하는 방안이지만 진정으로 진해교육을 진하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그리 많지 않다. 주로 교육 방안 중에서는 그저 일과성인 행사로 그칠 따름이고, 진하게 감동과 감화를 주고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내용이 충실한 방안은 별로 없다. 그래서 그 방안 중에 보다 건강하고 진취적인 진해 어린이를 기르기 위한 방안으로 실천해온 것이 바로 ‘내 고장 산 오르기’이다.
내 고장 산 오르기가 내포하는 표면적 교육과정은 건강, 질서, 인내심, 도전력, 자연관찰, 자연의 고마움, 환경보호 등과 같은 즉시 발견되는 덕목이지만, 속으로 느끼는 잠재적 교육과정은 애향심, 추억, 긍정적 사고, 성취 후 보람, 여럿이 함께 움직이는 기쁨, 상쾌한 자연의 아름다움, 마창진 도시 모습 비교 관찰과 상대적 낙후에 따른 미래 향토 개발 의욕 갖기, 고향 사랑하는 마음 갖기 등을 깊이있게 학습할 수 있는 충격적인 체험학습이 되는 것이다, 특히 등산하면서 땀을 많이 흘릴수록 그 심도는 더 깊어져 오래도록 진하게 남아 어릴 때의 자극이 죽을 때까지 진해를 걱정하고 지켜줄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진해에서 근무한지 3년 밖에 되지 않는 이방인이다. 이방인이기에 진해사랑 방안을 더욱 자극적으로 느낄 수 있고 더 효과적인 방안을 찾아내는 것도 학교 교육경영의 차별화 전략이므로 남산과 도천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지금까지 봄과 가을에 다섯 번의 전교생 내 고장 산 오르기를 실시하였다.
그 실천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기획 추진하였고, 모두 성공하여 아동들에게 긍정적 자아감을 길러주었으며, 장차 도전적이고 진취적으로 사고하는 건강한 어린이들로 자랄 것이라 확신해 마지않는다.
2. 나도 할 수 있다 - 도전력과 성취감
나는 예전에 지리산 꼭대기에서 다섯살박이 어린이가 또박또박 아버지를 따라 정상에서 만났을 때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저 어린 것이 어떻게 올라 왔을까? 부모가 안고 왔을까? 하고. 나는 선생이기에 그 아이가 너무 대견하여 한 번 더 칭찬해 주고 용기를 북돋워 준 일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어린이들에게 한번 시도해 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늘 생각하고 있었다. 학교경영 계획을 짤 때 나는 이것을 실시해 보겠다는 생각을 가졌었고 2000년 9월 첫 교장으로 남산초등학교에 부임 후 내고장 산 오르기를 유치원부터 전교생이 일제히 실시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당시 학교 실정으로는 고학년 학생들만 담임이 인솔하여 다녀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이를 교육적으로 한 번 틀을 바꾸어보자는 시도와 더 심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해 보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가장 먼저 학기초 어머니회 회의시 “ 내고장 산 오르기를 할 때는 부모님께서 도와주세요.” 라고 먼저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하였고, 선생님들에게는 우리 정말 체험다운 체험학습을 한 번 해 보자고 의견을 모으고 지금까지 보편적인 방식인 학년별 학반별 줄서서 올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진행할 때 힘있고 날쌘 어린이들은 먼저 가게하고 뚱뚱하고 느린 어린이는 천천히 가게하는 수준별 등산이 되도록 조직하기 위하여 각 수준별 등산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어머니의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한 조에 6-7명의 학생으로 편성하여 학부모에게 관리하도록 하였고, 등산의 선행 공격조는 가장 빨리 오를 수 있는 체육교사를 맨 앞에 세워 그 앞으로는 더 나아가지 못하게 하여 안전을 도모하였고, 맨 뒤에는 무학년제로 거북이조와 장애아들이 가고 맨 마지막에는 학교장과 교감이 서서 낙오자를 밀어 올리면서 좌절하지 않도록 지도하고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여 모두 정상을 밟도록 한 것이다.
특히 지난 2001학년도 남산초등학교의 가을 장복산 등산할 때 1학년 장애아를 그 아이 어머니와 함께 능선 정상까지 올라간 일이 있다. 아이는 조금 올라가다 뒤로 뻗대며 드러눕는 아이로 어머니 눈치만 살피며 게으름을 피우기에 자기 힘으로 올라가도록 하기 위하여 어머니를 30m 전방에 걸어가도록 하고 나는 뒤에서 꾸중과 달램으로 산 위에까지 무사히 올라가게 하였다. 모두 자기 힘으로 올라간 것이다.
부모 곁을 떠난 일이 없는 이 불행한 아이가 정상에 오른 걸 보고 어머니는 아이를 껴안으며 그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고 하면서 ‘하면 된다’는 모습을 체험으로 알게 해준 나에게 고맙다고 하였다. 종종 장애우들이 높은 한라산이나 지리산을 오르는 인간의 의지를 보인 뉴스를 보는 의미를 알 것 같았다. 장애아 라고, 어리다고 어렵고 힘든 일은 무조건 배제하려는 부모님의 마음을 직접 참여하고 극복하는 정신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음을 감사하게 생각한 것이다.
나는 ‘도전력 = 성취감 ’ 아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는 걸 신념으로 삼는다. 도전하는 의욕이 강하면 강할수록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고,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것과 노력한 농도가 강할수록 성취감과 보람은 더 커진다는 것을 알게 한 기회였었다. 바로 내 고장 산 오르기가 그런 원리를 가장 잘 증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3. 봄 소풍을 내 고장 산 오르기로
올해 4월 18일 도천초등학교에서는 봄소풍을 내 고장 산 오르기로 대체하여 저학년은 장복산 진흥사 계곡으로 능선 꼭대기까지 고학년은 세화여고 앞에서 안민고개 꼭대기까지 약 10여km거리를 왕복하여 걸어서 다녀왔다.
이 코스 출발 전에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 추진할 과정을 이야기하였더니 모두가 하나같이 무리하다고 걱정하였으나 네 번이나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꼭 ‘ 할 수 있고, 하면 된다 ’는 투지로 실시하기로 하였다. 특히 봄 소풍이면 신입생 학부모는 어리다고 모두 따라나서는 폐단을 줄이고자 함께 동참해 줄 각 학급별 자원봉사자 5명을 제외하고는 따라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리고 점심도 가장 간편한 도시락으로, 무겁지 않도록 준비시키고 복장과 주의 사항도 안내장으로 알렸다.
그리고 아동들의 다짐, 적극적인 학부모 이해와 참여, 그리고 참가가 어려운 학생은 학부모의 신청을 받아 가정지도 조치, 아동 준비물을 줄이는 방안 강구, 가볍고 단단한 옷차림, 동참하는 어머니의 등산복 차림, 물, 소금, 약품 준비 등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출발 전에 학교장 훈화를 통해서 ‘나는 용사들이다’ 라는 제목으로 내 고장 산 오르기의 의의를 말하고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올라갈 용기가 있다.’ ‘나는 반드시 해 낸다.’ ‘나는 진해를 사랑한다.’ 라는 구호를 외치고 당당하게 출발시켰고 학부모와 함께 조 편성하여 출발하고 지원 조로 기능직 두 분과 전담교사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후송 활동을 하도록 하였고 몸이 불편한 담임교사는 사전에 전담교사로 역할을 바꾸고 후송 조는 차 2대를 대기시켰다. 이렇게 철저한 준비와 조직으로 진행되었다.
금년도 도천초등학교 등산은 학생수가 1,400여명으로 너무 많아서 학교에서 점심을 준비할 수 없어서 개인이 도시락을 지참하게 하였으나, 2000-2002년 남산초등학교에서는 약 600여명의 어린이와 교사 학부모에게 물을 제외한 점심을 ‘6.25 체험하기’ 실천 방안으로 전쟁 때 밥을 해 먹을 수 없기에 주먹밥을 학교 급식소에서 준비하여 함께 먹으며 전쟁시 식량에 대한 체험도 하게 하였다. 주먹밥은 당일 새벽 6시부터 만들어 우유와 함께 준비하여 변질과 안전에 대비하기도 하였다.
담임 교사에게는 진해 창원 마산의 지형 지물 조감도 자료를 미리 배포하여 산 위에서 보는 풍경을 사전에 알게 하였고, 연담 도시인 진해 마산 창원이 함께 발전해야한다는 걸 지도 내용에 담아서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게 하였다.
그리고 학부모에게는 각조 학생 명단과 교사 학부모 조직의 휴대 전화번호가 기록된 카드를 가슴에 매달고 서로 연락하고 통제가 되도록 하였다.
차례대로 올라간 아동들은 부모님과 함께 진해지역을 살펴보고 우리 학교의 위치, 해군회관, 제황산의 탑, stx 조선소, 진해시청, 내수면연구소, 진해역, 해군사관학교, 해군통제부 등과 진해만의 저도, 우도, 수도, 연도, 잠도, 거제도, 가덕도 등 올만졸망한 섬과 안골포만의 진해 신항만 공사 모습을 관찰하게 하였다. 창원쪽으로는 창원시청, 로타리, 성산아트홀, 용지공원, 경남도청, 동남공업단지, 산업대로, 창원터널, 창원대학교, 창원종합운동장, 남해고속도로, 천주산, 정병산, 용지산 등을 둘러 보았고, 마산쪽으로는 무학산, 팔룡산, 마산항, 자유무역지역, 봉암교, 한일합섬, 경남대학교, MBC, 마산종합운동장 등을 보면서 지형 공부를 하게 하였다.
진해 창원 마산이 큰 도시처럼 어울려 있음을 발견하게 하고 우리 고장 진해를 더욱 잘 발전시키고 사랑하는 마음을 스스로 가지게끔 하였다. 그리고 ‘야호’ ‘나는 진해를 사랑한다’ 하고 외치고 주변 자연생태 조사와 보호 활동을 통해서 우리 산 가꾸기 하는 태도를 길러주는 체험활동을 하고 점심을 함께 먹고 하산하였다.
특히 3월에 갓 입학한 어린 유치원생과 1학년 학생은 어리고 약하다고 생각하여 온상에서 키우듯 과보호하였으나 모두 홀로서기로 거뜬히 올랐음은 대견하고 당당하게 생각하였고, 특히 한 쪽 다리가 짧은 장애 유치원 어린이가 담임교사의 귀가 권유를 마다하고 억지로 오르겠다고 고집하여 절룩거리며 꼭대기까지 올라 보조하던 학부모가 감격하였고 다치거나 학부모가 업고 올라간 어린이는 하나도 없는 무사한 산행이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고사리들의 다짐이 바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신을 대견해 하였고 그렇게 땀 흘리며 힘써 올라갔으나 산정에서는 깝죽대며 뛰노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이는 위대하구나’ 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은 모두 경쟁하듯이 더 빨리 내려오게 되었고 다리가 아프고 발 뒷굼치가 까져 따갑더라도 모두 학교 옆 북원 로타리까지 와서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다음날 일기와 글짓기 그리기로 고생하고 느낀 흔적이 보람으로 한껏 묻어나고 있었다. 내 고장 산 오르기는 함께 동참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 건강한 사람들의 진해 사랑 체험 방법으로 매우 유익한 활동이었다. 이 활동은 2학기에도 시루봉 등산으로 1년에 두 번씩은 실시하기로 마음먹었다.
4. 진취적인 진해인을 기대하며
긍적적이고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면 어떤 일이나 성공할 수 있고 특히 산오르기는 걱정하던 교원과 학부모들보다 오히려 아동들이 더 잘 올랐었다. 참가한 학부모 중에는 며칠씩 몸살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건강했고 바로 다음날 결석한 학생은 한 명밖에 없었다. 상상하고 걱정하는 것보다 현실은 훨씬 강건하고 튼튼하다는 것을 증명으로 보여주었다.
내 고장 산 오르기는 표면적으로는 등산을 통한 체력 증진, 강인한 정신력, 인내심 배양에 목적을 두고 추진된 행사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진해사람으로서 진해 주변의 산을 올라봄으로써 영원히 진해 지형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고 시내에서 바라보는 산에서 내려다보는 진해 정경 관찰을 통해서 진해를 영원한 추억의 눈 속에 각인하고 내려온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 나는 우리 남산과 도천 어린이들이 먼 훗날 자신을 극복하고 도전력과 진취적인 사고로 억척스럽게 자신을 개척하는 입지전적인 인물로 자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경남교육청 장학월보에도 게재 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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