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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의 밝은 달

07.7.27 담양 골든모텔에서 / 이 동 춘 초저녁 잠이 나그네 피로를 걷어내고 냉풍기 소리에 감각을 일깨우니 담양의 소슬한 달이 작은 창문에 걸려 오도가도 못하고 나를 반긴다.  한낮 소쇄원(瀟灑園) 광풍제월(光風霽月) 그 달이내 다리를 붙잡고 신음한다. 하도 곱기에 카메라로 잔상을 찍어보지만 단지 한 점일 뿐단잠을 깨운 그 달이 아니고 내 허상인지?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은보는 것 마다아름다움의 마력 속에 사는 걸까  작은 고요 속에 소슬한 댓닢 속삭임과 피로를 손짓하며 불러내 온다.  담양의 인상깊은 선물로 나는 한동안 시인이 되는 듯 신비롭다.

백령도 순례

03.6.13/청소년연맹 책임지도자 백령도 순례 참가기/264  유월의 안개가 그렇게 귀찮게 구는데 우린 해군함정에서 신비의 정경을 그림그리고 있었다.  북한 쪽 깊숙히 박혀있는 천혜의 요새 그 속에 수많은 눈들이 숨소리 한 번 크게 쉬지 못한 채 긴장감에 쌀쌀하게 떨고 있을 거라고.......  아홉 시간 동안 해군의 작전을 보면서 우린 그렇게 안심하였고낮은 평지에 자연스런 농촌 풍경이 어울린 이곳은그저 그렇게 우리의 고향을 옮겨다 놓은 것일 뿐… 논밭이 넓게 펼쳐져 벼와 고추가 푸르게 자라고 언덕엔 집들이 이사와 앉아 한가롭게 여유를 부린다. 그 속에서도 자랑거리를 열거하며  사곶 자연 활주로, 콩돌해안, 백령호, 중화교회, 연화해안. 심청각, 사자바위,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긴장감을 싹 날려버리고든든..

부광(釜廣) 연락선 은하호 갑판에서

04.5.11.도천초 일본방문단 인솔/264 2004년 5월 10일 갑신유람단이 되어 꿈과 희망을 엮어 현해탄 위에 돗자리를 깐다.  부산항이 배웅하는 손짓 속에 미끄러지듯 환송대열을 빠져나가며 울긋불긋 솟아있는 용솟음치는 빌딩의 의지를 읽으며나는 또 하나의 애국자가 된다.  물결이 거세지니 아이들도 이리저리 아무데나 눕는다.이곳이 바로그 많은 역사의 노도(怒濤) 속에 수많은 침략의 의지를 잠재운 현장인가? 고난의 아우성이 이 푸른 물결을 만들고 있기에 난 지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얼마나 많은 원혼들이이 길을 오가며나라의 아픔을 원망했겠는가?  이제 우린 그런 역사 속에다시 힘차게 솟아서보고, 느끼고, 부지런히 채취하여미래로, 내 것으로, 힘차게세상을 경영하는 도천인으로 키우리라. 원한이 서린 대한해..

미숭산(美崇山)에 올라

03. 6. 18 도천초 합천야영수련장에 참가/264  알싸한 새벽 공기 두 손으로 가르며 혼자 산을 오른다. 푸더덕거리는 날짐승 소리가간혹 머리를 쭈삣거리게 하지만나뭇가지 위에서 잠 버릇하는 것처럼 들린다.  숲 속이 길을 비키듯 나무를 사열하고 땀과 가쁜 숨을 내쉬며 오직 정상을 꿈꾸는 어리석은 선수 마냥 나를 향해 걷는다.  미숭산성의 가지런한 역사가 묻혔던 아우성을 말하고잘려버린 샘터 물길을 돌리고묵은 이끼 걷어내니맑은 물이 갈증을 부르는 듯한 모금으로 온 몸을 청소하였다.      하얀 안개인지 구름인지가 온 산을 뒤덮어 나는 정상에서 더 높은 산이 된다. 산이 숨을 쉬면 나는 두 팔을 열어 하늘을 안는다. 자연이 가슴을 열고 들어와 깊숙히 자리잡는다. 가부좌(跏趺坐)를 틀어 앉아 보면,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