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종처수 김봉선 여사

황와 2020. 12. 7. 23:20

                                                                                                20.12.5 황와

 

내겐 종처수 김봉선 여사가 있다.

장마면 초곡리 촌처녀

남지 벌녘 창원황씨 경도씨에게 시집 와서

시조모 시부모 8남매 장자 큰며느리 되어

시부모 잘 모시고 

시숙 시누이 동서 잘 이끌고

아들 조카 모두 거두며

벙어리처럼 묵묵히 산 인생

눈 한 번 흘기지 않고 순응하며 참으며

황씨 집안 가족 집집마다 돌며 종부노릇

어린 시삼촌들 자녀 키우듯 돌보니

집안의 종부며느리 소리는 들었으나

10남매 먹고 입히고 학비대기

몸이 부셔지는 줄 모르게 다하고 나니

사랑하는 시아버지 먼저 가시고

홀로 남은 시어머니 구순 노인 치맷기 돌며

자녀 치송 짝지워 보내 안심하는가 싶더니

걱정은 좋은 때를 시기하여

딸아이 홀로 나오고

그 묵힌 맘 병이 되어

목 수술, 다리 고장, 가슴앓이, 정신까지 잃으니

머리염색 그것도 귀찮은 듯

허연 머리 드러내 헝컬어진 노할멈

그 비단결 같은 고운 맘

병색기 완연하니

어찌할꼬, 어찌할꼬?

코로나로 삼성병원에 갇혀 한 열흘

폐에 물이 찼다나 ?

퇴원은 겨우 했으나 꼴이 아니다.

완쾌하여 기운차려야 할텐데

하필이면 폐렴증세 번질까 두렵다. 

평생 어울려 잘 지내자고

세 집 남매 내외 여섯 친구되어

숙박 여행 관광 행차 제법 잘 다녔으나

이제 그 희망도 끝이 되려 하네.  

걱정스러워 손을 꼬옥 잡는다.

부디 기운 차리고 일어나라고

아내는 오리 한마리 사서 전하며 

폭 고와 먹고 나으라고

힘없이 웃는 게 그의 답장이다. 

여름내내 물주고 애써 키운

배추 무 시금치 정구지 고추

빈 차에 실어주고 흔드는 손 힘이 없다.

고맙게 채소 먹으며 생각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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