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5 황와
내겐 종처수 김봉선 여사가 있다.
장마면 초곡리 촌처녀
남지 벌녘 창원황씨 경도씨에게 시집 와서
시조모 시부모 8남매 장자 큰며느리 되어
시부모 잘 모시고
시숙 시누이 동서 잘 이끌고
아들 조카 모두 거두며
벙어리처럼 묵묵히 산 인생
눈 한 번 흘기지 않고 순응하며 참으며
황씨 집안 가족 집집마다 돌며 종부노릇
어린 시삼촌들 자녀 키우듯 돌보니
집안의 종부며느리 소리는 들었으나
10남매 먹고 입히고 학비대기
몸이 부셔지는 줄 모르게 다하고 나니
사랑하는 시아버지 먼저 가시고
홀로 남은 시어머니 구순 노인 치맷기 돌며
자녀 치송 짝지워 보내 안심하는가 싶더니
걱정은 좋은 때를 시기하여
딸아이 홀로 나오고
그 묵힌 맘 병이 되어
목 수술, 다리 고장, 가슴앓이, 정신까지 잃으니
머리염색 그것도 귀찮은 듯
허연 머리 드러내 헝컬어진 노할멈
그 비단결 같은 고운 맘
병색기 완연하니
어찌할꼬, 어찌할꼬?
코로나로 삼성병원에 갇혀 한 열흘
폐에 물이 찼다나 ?
퇴원은 겨우 했으나 꼴이 아니다.
완쾌하여 기운차려야 할텐데
하필이면 폐렴증세 번질까 두렵다.
평생 어울려 잘 지내자고
세 집 남매 내외 여섯 친구되어
숙박 여행 관광 행차 제법 잘 다녔으나
이제 그 희망도 끝이 되려 하네.
걱정스러워 손을 꼬옥 잡는다.
부디 기운 차리고 일어나라고
아내는 오리 한마리 사서 전하며
폭 고와 먹고 나으라고
힘없이 웃는 게 그의 답장이다.
여름내내 물주고 애써 키운
배추 무 시금치 정구지 고추
빈 차에 실어주고 흔드는 손 힘이 없다.
고맙게 채소 먹으며 생각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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