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9 육사 작
천지신명이시여!
나로 하여금 기대게 하지 마옵소서!
문득 그 생각이 날 깨웁니다.
나는 독립체입니다.
내가 커서 생각 마련하고
그 생각 키워서 사상 만들고
군대에서 강인한 몸 만들었고
직장에서 그 적응력 단련하고
책임자 되어 정의 생각 지휘하고
검정 결과가 내 몸뚱이 되었나이다.
의지는 내 고집이 되었나이다.
내 기준으로 세상을 볼 줄 알았나이다.
채찍도 용서도 모두 하나
내 걸 버리니 둥글게 보이더이다.
숲속 오솔길 걸으며
언제나 간식 들고오는 착한 그이
그 기대가 또 말로서 기댑니다.
은근히 날 게을리 만듭니다.
은근히 비겁자로 만듭니다.
은근히 수전노로 만듭니다.
불쌍한 내 처지 누군가 도와주겠지?
그게 나를 깨 부수는 망치가 된다는 걸
오늘 숲속에서 깨닫습니다.
당당하고, 든든하고, 씩씩해야지
내가 당신에게 도움을 줄지언정
나는 도움을 받지 않으렵니다.
나는 내 스스로 해결해야 삽니다.
천지신명이시여
날 기대는 시험에 빠져들지 않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