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2.31 무술년을 보내면서 /264
붉은 해가 무학산 너머로 사라졌다.
마디가 다시 지어진다.
괜히 나이 하나가 어깨를 무겁게 한다.
어릴적 그리 먹고 싶은 그게
왜 그리 싫어지는지
달력을 만든 선지자까지 미워진다.
매일 뜨고 지는 해와 달을
평상시처럼 맞으면 될 일을
지난 1월 1일 팔룡산 꼭대기에 올라가
떠오르는 함성으로 맞이하면서
이것저것 챙겨 잘 하자고 했는데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한 게 없는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었다.
단지 아무도 내 가족이 아프지 않았고
큰 어려움으로 파멸되지도 않았다.
별시리 즐거운것도
별시리 슬픈 것도 없는 일상
그게 바로 가장 큰 행운 아닌가 ?
모든 주변인들 울타리 되어 주고
나 또한 그들 울타리 되어 주었으니
무탈하게 한해를 보낸 소감
내년에도 올해처럼 아무 일 없게 하소서!
빛나는 소망도 싫고 ,
어두운 절망도 싫소이다.
부디 오늘처럼 내일을 맞이할 수 있게 하소서!
부디 올해처럼 내년에도 그리 하소서 !
영광 바라지 않거니와
더더욱 실망은 생각조차 버렸습니다.
뼈마디 부딪히지만 이대로 걸으면 됐고,
새앞니 박아 서툴게 씹어 먹으면 됐고,
가슴앓이 가쁘지만 숨 쉬면 됐고,
흐릿한 눈 안경 쓰고 보면 됐고,
아내 아픔 달고 있지만 더 악화되지 않으면 됐고,
지금 갖고 있는 불편함 가지고 살겠습니다.
더 이상 무거운 짐을 얹어 주지 마옵소서!
조용히 감사하고 감사하며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