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도(尋牛圖)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하여 10단계로 그린 그림을 심우도(尋牛圖) 또는 십우도(十牛圖)라고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불성(佛性)이 있는데 이 불성을 소에 비유한 것이다.
좌선을 통해 불도를 터득하려는 선종(禪宗)에서 내려오는 것으로,
12세기경 중국 북송(北宋)의 확암이라는 승려가 지은 것과 보명이 지은 것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보명의 것은 목우도(牧牛圖)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엔 이 두 가지가 다 전해졌는데
마지막 그림에만 원상(圓相)으로 그려진 것을 보명의 목우도로 보면 된다.
확암의 것은 모두 원상에 그려진다.
중국에는 소 대신 말을 묘사한 십마도(十馬圖)도 있고,
베트남에는 코끼리를 묘사한 십상도(十象圖)도 전해진다.
확암의 심우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심우(尋牛) - 인간이 소, 즉 자신의 본성이 무엇인가를 찾기 위하여
원심(願心)을 일으키는 단계이다.
소를 찾는 동자가 망과 고삐를 들고 산속을 헤매는 모습이다.
2. 견적(見跡) - 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 소의 발자국을 발견하는 단계이다.
그 발자국을 보느냐 못 보느냐는 오로지 목동의 마음에 달려 있다.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정진하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3. 견우(見牛) - 발자국을 따라가다가 마침내 마음 깊은 숲 속에 방목되고 있는 소를 발견한다.
즉 자신의 성품을 보아 견성함이 눈앞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
4. 득우(得牛) - 마음속에 있는 소를 보았으니 단단히 붙들어야 한다.
소는 기회만 있으면 도망치려 한다.
이 경지를 선종에서는 견성(見性)이라 하는데
땅 속에서 제련되지 않은 금들을 막 찾아낸 것과 같은 상태로 많이 표현된다.
이 때의 소는 실제로 검은색을 띤 사나운 모습으로 묘사되는데
이는 삼독(三毒)에 물든 거친 본성을 의미한다.
5. 목우(牧牛) - 소의 야성을 길들이기 위하여 소의 코에 코뚜레를 한다.
삼독의 때를 벗겨내는 과정으로 가장 중요시되는 단계이다.
소가 유순하게 길들여지기 전에 달아나버리면 다시는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소가 차차 흰색으로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6. 기우귀가(騎牛歸家) - 잘 길들여진 소를 타고 마음의 본향인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단계이다.
번뇌와 망상, 욕망이 끊겨서 소는 무심하고, 그 위에 있는 목동도 무심하다.
이때의 소는 완전히 흰색이다.
목동이 구멍 없는 피리를 부는 것은 육안으로 살필 수 없는 본성에서 나오는 소리를 의미한다.
7. 망우존인(忘牛存人) - 집에 와보니 소는 간데없고 자신만 남았다.
결국 소는 자신의 심원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므로
이제 집으로 돌아왔으니 방편은 잊어야 함을 보여준다.
곧 자신이 깨쳤다는 자만을 버리는 경지이다.
자만의 병은 수행자가 뛰어넘어야 할 가장 무서운 덫이다.
이를 넘지 못하면 부처에도 걸리고 법에도 걸린다.
이것을 불박법박(佛縛法縛)이라 한다.
8. 인우구망(人牛俱忘) - 소가 사라진 뒤에는 자기 자신도 잊어야 한다.
깨침도, 깨쳤다는 법도, 깨쳤다는 사람도 없는 이것이 공(空)이다.
그래서 이 단계는 일원상(一圓相)으로 표현하였다.
이 경지에 이르러야만 완전한 깨달음을 이루게 된다.
9. 반본환원(返本還源) - 텅 빈 원상 속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비친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조그마한 번뇌도 없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참된 지혜를 상징한다.
10. 입전수수(立廛垂手) - 이제는 거리로 들어가 중생을 제도하는 경지이다.
이것이 부처에 이르는 가장 마지막 단계이다.
이때의 큰 포대는 중생들에게 베풀어줄 복과 덕을 담고 있으며,
불교의 궁극적인 뜻이 중생 제도에 있음을 상징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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