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하찮은 일

황와 2018. 7. 31. 08:17

18.7.30 염천에 전화기 고장 수리 작업으로 대청소하다./264


옛날 관공서엔 작은 일 거드는 아이

소사(小使)가 있었다.

비공식 행정보조요원이었다.

공식 일거리 없이

부르면 대기하고 심부름하고

청소하고 전화 받아 바꾸고

눈치 보면서 종일 불안정했다. 

쥐꼬리 월급에 권력 빌붙이

몽매한 촌노들에겐 공무원 대접이었다.

내 신세가 그 모양이다. 

언제 어떤 명령이 떨어질지?


갑자기 전화 불통 하달이다.

보던 책 덮고 나선다.

밖은 쩔쩔 끓는다.

수화기 들어도 윙 소리가 없다.

마루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났다가

선반을 빼어내고 고구마 캐듯

줄기 전홧줄을 걷는다.

몇 십년 먼지 칠갑이다.

땀 속에서 인내심 얻으며

젖은 걸레로 먼지 걷고 닦는다.

이것 저것 만져도 아무 응답이 없다.

결국 모두 밀쳐내고 다 닦고 만다.

이 염천에 할 일이더냐 ?

내 일이니 해낸다.


곁에선 입으로 짜증을 돋운다.

가장(家長)인 내가 감수해야지

연결선 줄기 찾아 안방 책상 뒤도 살핀다.

몇십 년 구석 먼지

유령의 집처럼 매달린다.

또 밀쳐내고 물걸레로 먼지 재우고

손으로 밀쳐 닦고

온몸 땀과 먼지가 내 몸에 붙는다.

줄을 따라 발굴하니

뒷구석 청소가 주된 일이 되었다.

이리 해도 저리 해도 먹통이다.

제 자리 멀쳐 넣으니

저녁 때 되어서 끝이다.

원인 불명 여전히 무답이다.


하루 내내 내가 한 일

전화기 불통 못 고쳤으니 아무 가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구석 먼지 청소는 완료

맘 한 구석 작은 보람 찾는다. 

주객이 전도된 하루다.  

습관처럼 나서던 밤 라이딩도 생략이다.

전화국 직원연락 해결 구원하니

결국 그 놈들 짓거리 

와이파이 설치한다고 전화선을 끊었었단다.

그래 놓고

제법 전문 기술자가 해결한 것처럼

땀 뺀 보상은 어디서 받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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