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조상사료실

집안 단합 퍼포먼스, 벌초

황와 2016. 9. 4. 22:03

16.9.4 우리 집안 숭조 실천 벌초 행사 다녀오다./264


사람은 한번씩

씩씩한 기대를 건다.

나를 낳아준 뿌리

칡넝쿨처럼 엉긴 인연맥

그 무성한 뜰

미안함에 청소 생각 붙인다.

멀리 아들 놈 무릎 고장 못 온단다.

추석전 두 번째 공일이면

매년 하는 숙제 벌초

새벽 다섯시부터 출발이다.

고속도로엔 붉은 불빛이 줄을 섰다.

국민 모두가 조상을 그리니 

아마 쇠쌍놈은 없는 모양

고속도로는 이때쯤 비좁다.


큰집에 들리니

집집마다 모여든 잔치 준비

그들 보니 모두 고맙다.

함께 모이게 하는 조상의 부름

어느 누구 하나 불평이 없다.

여인네는 음식 공동 장만

남정네는 모두 벌초 작업 

역할 분담이 조상의 명령이다.


세 갈래 조상 산가(山家)마을

씰미, 태기태 한 팀

배망골 한 팀

수의동, 앉은뱅이, 월아산 한 팀  

서로 찢어졌다가

뒷뫼에 모여서 합동 작업







풀숲 명패 달린 산가  

예취기 울고

까꾸리 검어내고

드리워진 나뭇가지 베고

조용한 산속 합창을 한다.

우리가 부르는 땀의 노래

후손의 역할을 몸에 익힌다.

내 생각 조상에 바치는 현장

깔끔한 명패 앞에 무릎 꿇어 성묘한다.


엄청난 풀숲 방초 폐가

잠시 동안 마당 쓸고 먼지 닦는다.

새파란 잔디 봉곳한 젖무덤

부모님을 그리는 고향 

내 세사에 찌들린 생활고

여기선 깨끗하게 비워진다.

여기는 나의 쉼터 

새로운 묶음 한 단 마음에 담는다.


문패를 달지 못한 산가

언젠가는 묘표를 세워야겠다.

5대조 이하는 모두 그렇다.

우리의 숙제다.

큰집에 모여 점심식사

집집마다 한사람씩 모였으니

이번처럼 단합되고 밝은 때 없었다고 

이렇게 모여드는 것이

바로 즐거움이 아닌가 

벌초 작업 땀 뺀 후손들이나

집에서 음식 장만한 며느리들이나 

고맙고 고마운 단합 퍼포먼스

쌀 찧어 담고

돌아오는 길 막혀도

마음은 날아갈듯 가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