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과학 원고]
과학 탐구학습 지도의 개선 방향
/명덕초등학교 교감 이동춘
1. 머리말
세계 각국이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과학교육의 혁신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도 과학교육의 중요성과 과학교육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70여 억원의 과학교육 기금도 모은 적이 있으며 특히 금년을 ‘과학교육의 해’로 선포하고 ‘학생 과학 탐구 올림픽 대회’ ‘과학 교육자 대회’ ‘과학교육 대 토론회’등을 개최하여 과학교육의 진흥에 온 국민의 관심을 모으는데 힘써 왔다.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에서의 과학교육 방법은 별로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5차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게 탐구 방법의 습득인데도 일선 현장에서의 학습지도는 전통적인 교육 방식처럼 95%의 지식은 가르치고 5%는 양념 격으로 묻고, 생각하고 답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와 같은 교육방식을 고집하도록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 고교입시, 대학입시 제도이다. 모든 교육이 입시를 최대의 목표로 삼다보니 타 교과는 물론이거니와 과학 공부까지도 무슨 법칙, 무슨 원리, 무슨 공식 등을 암기하여 성적을 올리는데 급급한 실정이다. 현재의 5차 교육과정에서도 과학적 탐구력 신장에 역점을 두어 교과서를 편찬하였으며 아동 스스로 실험하고 원리와 법칙을 발견하는 탐구학습을 강조하여 왔다. 그런데도 탐구학습이 왜 잘 실천되지 않는지 그 실태와 문제점을 알아보고 개선함으로써 조금이나마 과학교육의 개선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2. 과학 탐구학습 지도의 개선 방향
가. 학습지도 방법의 개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교사의 질은 탐구 학습을 좌우하는 중요한 관건이다. 자연과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과제는 과학교육의 외적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지만 이들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는 교사의 자연과 지도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실험 시설과 재정적 지원이 아무리 잘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을 교수-학습 과제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능력과 의지가 교사에게 결여되었을 경우에는 바람직한 자연과 교육을 결코 기대할 수 없는 반면, 주변의 교육 여건이 다소 부실하다 하더라도 교사에게 과학을 잘 가르치겠다는 태도와 능력이 갖추어졌을 경우에는 상당한 수준의 자연과 교육을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실험 활동을 할 때 실험 실습 기준령에 제시된 기구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더라도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자료들을 가지고 간단한 장치나 기구를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의 흥미를 높이고 학습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에 교사들의 자질과 지도 능력은 매우 중요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과학교육의 성과를 거두려면 수업 방법 및 교실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교사의 태도 및 질 향상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즉 흥미로운 문제와 현상을 중심으로 질문함으로써 학생들의 의문을 자극하고, 관찰하고 조사하여 스스로가 의문의 해답에 접근하도록 학습 과정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탐구학습을 위해서는 교사 연수 제도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국민학교 교사 과학실험 연수(60시간 일반연수) 및 학년별 실험 연수가 교과 중심의 실험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탐구학습 지도 기술의 향상에는 못 미치고 있으므로 교사의 지식과 지도 기술 및 태도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교육 내용으로 구성하여 연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나. 시설 및 실험 여건의 개선
우리의 교육 여건은 몇 십 학급의 학교에도 실험실은 1개 정도이고 한 학급의 인원도 50명이 기준이니 직접 실험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탐구 학습은 엄두도 못 낼 실정이다. 그리고 관찰, 측정, 실험, 분석 등의 활동을 위한 기자재도 부족하여 탐구학습을 방해하고 있다. 실험실의 확충이나 학급의 인원 감축, 기자재의 확충 등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길 기대할 수도 없고,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 및 여건이 개선될 때 진정한 탐구학습이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다. 과학 전담 교사의 증원
1984년 초등 교원의 적체 현상이 극심해지자 처음으로 「증치교사」라는 기형의 교사들이 배치되기 시작하여 오랜 세월 학급 담임제에 길들여진 초등 교사의 의식구조와 맞물려 많은 혼란을 가중시켰다. 증치교사는 교무실의 허드렛 일이나 산휴 강사 노릇을 하는 등 잡역부 급사, 파출부 역할까지 떠맡기도 했다. 그러다 예체능 교과 전담제를 부활하기로 하고 명칭을 「교과전담교사」 로 개칭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사실상 현재 일선 국민학교에서 예체능 지도와 자연과 탐구수업에 상당한 허점이 드러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체육을 기피하고 운동장에 나가길 싫어하는 교사, 음악 시간을 다른 교과로 전과 수업하는 교사, 미술은 앉아 쉬거나 잔무를 처리하는 시간으로 때우는 교사, 실험을 전혀 하지 않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현실은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현재의 교과전담 실태를 보면 미술이나 실과 등이 가장 많고 체육, 음악은 여전히 기피하고 있으며 특히 자연과의 전담은 거의 찾아볼 수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과학 탐구 학습의 정착을 위해서는 질 높은 과학 전담 교사를 많이 확보하고 전담 교과에 과학과를 우선적으로 넣도록 해야 할 것이다.
라. 과학적 탐구평가의 개선
학습평가란 설정한 교육목표의 도달도를 측정하는 것이며 이러한 의미에서 교과 목표와 평가는 긴밀한 연관 관계를 가지고 있다. 국민학교 자연과의 교육목표는 ‘자연현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 개념 습득’ ‘탐구방법 습득’ ‘과학에 대한 흥미 및 과학적 태도 함양’이 강조되어 있지만 ‘기본 개념의 습득’이라는 지식. 이해면이 강조되어 탐구 과정이나 과학에 대한 흥미, 과학적 태도 함양에 대한 지도가 부족하고, 평가도 지식‧ 이해면에 치중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실기 평가 척도의 타당성, 신뢰성이 결여되어 있고 현재의 다인수 학급에서 개별적인 실기 평가 시간 확보의 어려움,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평가 문항 미개발, 교육목표, 학습목표 중심의 평가 문항 개발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탐구학습 이론의 본질이 지식에 관계없는 탐구 과정을 통한 탐구능력 신장에 두고 있듯이 과학의 기본 개념이나 내용이 포함된 탐구 과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항을 작성하여 평가에 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업용 문제지에 의존한 평가를 지양하고 담임교사가 직접 문항을 작성하여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3. 맺는 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행‧재정적 지원 없이는 과학 탐구학습이 정착되기는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게 교사의 의식 변화와 아울러 탐구학습 지도 방법의 개선이라 할 수 있다. 즉 실험‧실습비의 확충과 더불어 교원들이 과학 분야에서 개인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 지원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 초등 과학교육에 관련된 학과를 육성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과학교육에 관심이 높은 국민학교 교사들이 과학 및 과학교육에 관한 최근 정보와 학습 자료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학교 과학 교과의 학습지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담당 교사들의 자문에 응하는 지원 인력을 확대하고 기능을 활성화하여 질 높은 과학 교사의 양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과학과 전담을 확대 실시할 때 국제화 시대에 대비한 기초 과학도 배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탐구학습이 정착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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