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산책로풍광

산호천변로 부슬비 오는 저녁길

황와 2024. 7. 10. 22:23

 

 

종일 집안에서 갇혀 지내다가

저녁밥 숫갈 놓자마자 또 나간다.

산호천변길 부담없이 걷기로 했다.

대낮같이 밝은 저녁놀 즈음

구름이 가려 괜히 웅크린채로 

바닷바람을 만들어 가슴에 안긴다.

아픈 무릎도 뻐근 발목도 통증이 조금씩 살아난다.

그래서 속도를 줄여 천천히 조심하며 발을 놓는다.

사람들이 많이 나와 맨발 황톳길 걷는다.

늙은 여인들이 더 열성을 내서 데크길 감돈다.

사람들이 데크길에서 비좁게 추월해간다.

여인들 둘이서서 이야기하며 걸으니

길을 꽉 막고 만다.

동행자들은 좋은데 걷는이들은 걷기에 방해를 준다.

그래도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안 깨뜨리려고

따라가다가 틔인 곳에서 추월해 간다.

집에 있는것보다 그렇게 나와 걷는 모습이 아름답다.

 

첫바퀴 돌 적에는 무릎이  신경쓰이더니

두바퀴째는 통증이 사라졌다.

온몸과 발바닥에 열이 솟는다.

모든 열정은 열이 나야 쾌감이 있고 보람이 솟는다.  

그 평범한 진리를 체험해야만 아니 나이 헛먹었는가!

두바퀴를 돌며 어쩌다가 떨어진 물방울

목언저리에서 차갑다.

비가 오려나.

걸음을 조금 재촉해보지만 재빨리 걸을 순 없다.

율림교 건널목에서 빗방울이 자자아진다.

홑셔츠 위에 떨어지는 촉감이 찹다.

두 바퀴째 돌고 어쩔까 망설이다가 

비에 젖어도 가기로 했다.

 

통합교에서 출발할 때는 빗방울이 굵어졌다.

그래도 느긋한 노년 양반 무엇이 급하랴!

영국신사처럼 비맞고 빳빳이 걸으니

시원하고 멋있다고 내가 느낀다.

그러다가 쓰레기 배출한 곳에서 우산 하나를 발견했다.

펼쳐서 쓰니 살대가 하나 없고

검은 천도 삭아 구멍이 난 것을

반반히 쓰고 다녀도 가는비로 새지 않더라.

걷기 1만보 완수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한번 하고자 한 목표 의지는 

실천으로 자긍심을 심고 건강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