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 고단한 표본 넉넉할 게 하나도 없는 가난한 세월가족 모두 종일토록 들밭에서 일하다가해질녘 집으로 향하는 어둑한 길보리 벤 깡테기 틈에 목화 심고듬성듬성 사이에 뿌려 너풀너풀 자란 열무손가락 굵기 뿌리 하얗게 올라 오면 여남 뿌리 쑥쑥 뽑아 도랑물에 대강 씻고검댕이 뚝뚝 떨어지는 정지에서 대강 소금 약간 뿌려 절이고빨강고추 듬성듬성들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손으로 주물주물 풋내 나는 와삭이 김치 엄마는 모든 걸 다 아는 일류 요리사보리밥 한그릇 뚝딱 그게 어머니의 준비성이었더라. 요즘 아내는 어깨뼈 부셔져큰 핸드빽 하나 겨드랑이에 끼어 안고한 달포 입원 퇴원해서 주방 지휘자 됐고 난 평생 부억 출입 못하는 서방님 대우 받다가 갑자기 간호인 신세 모든 게 내 몫밥이나 겨우 지어 먹다가 오늘 느닷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