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4 바렌타인 데이 창원교향악단 316회 정기연주회 로미오와 줄리엣을 듣다./264
장소 : 3.15 아트센타 대극장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달콤한 초콜렛 먹는 날
찻간에서 배운 아름다운 날이다.
생각이 없으면 그저 지나쳐 버리는 날
지나고 나면 앗차 후회한다.
바로 그런 말 사랑이라는 단어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만
아무리 목석 같은 이도
맘속 깊이 간직하지 않는 이 어디 있으랴!
토라진 아내에게 당장 쫓겨날 걸
그건 샘물처럼 퍼도 퍼도 그치지 않지만
조금 게으르면 마비시켜 그러려니 잊고 산다.
세월 흐름에 바람이 되고 만다.
그런데 말이다.
비슬산 대견봉 능선 헤매다 온 피곤함
씻고 들어 누우면 녹초가 될 나이 일흔 중반
악을 쓰고 문화 찾아 나왔다.
날 안다는 사람이 깨워주니 혼자가 아니다.
김대진이 이끄는 새로운 음악세계
오늘은 주제가 사랑이다.
솜사탕 달콤한 촉감 젊은이 사랑이다.
음악이 사랑이다.
표 한 장 현장에서 반납된 자리 하나 얻어
B열 85번 앞자리에 앉았다.
사회자 없으니 해설도 없다.
제가 알아서 귀로 삼킨다.
첫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
젊은 왕자와 공주 제목이 달콤하다.
음악은 연주가의 피땀 어린 연습이
관객의 느낌으로 살아나는 예술이다.
부드러운 비단결 뺨에 닿는다.
실내악 살며시 솜사탕 멜로디
바이얼린이 첼로로 비올라로
더블베이스 깔리고
목관악기 번갈아 가며 음색 드러낸다.
피콜로 가늘게 찌르는 음
트럼펫 가녀린 소리
악장 바이얼린 혼자 멜로디 끌더니
마지막 하늘 열리듯 우렁찬 폭음
파곳 둥근 소리 골짜기 울린다.
소음이 아니라 입맛 당기는 속삭임이다.
낮고 여리게 조용히 몸에 감긴다.
박수로 달콤함을 환영했다.
둘째곡은 웨버의 오페라 유령 중
'내가 당신에게 묻는 모든 것'
여 성악가 소푸라노 붉은 드레스 정혜민
남 마산 합성초, 창신고, 연세대 출신 베이스 김의진 교수
음악 대사 속에 자기 소개 알린다.
베이스 둥그런 목소리 단술맛 난다.
부드럽게 구애하니 붉은 여인 꼬리를 흔들고
아름다운 목소리 훤칠한 키에 매료되고 만다.
오페라 출연하듯 연기 보태니
사랑의 끈적임이 우리 방식이 된다.
머리 맞대고 미소로 유혹하는
노래는 사랑을 실어 나른다.
박수는 사랑의 보답처럼 길게 이어진다.
세째곡 도니제트의 돈 파스콸레 중
'기사의 마음 사로 잡아'
소프라노 뽑내며 청아한 멋 지어낸다.
몸짓이 노래이고 잘록한 허리가 악보다.
배에 반짝이는 보석 불빛 산란하고
귀와 목에 반작이는 보석 장신구
그게 악보가 되어 노래 하더라.
아! 여인은 치장을 해야 하는구나!
의미도 모르고 귀를 막고
오로지 몸짓만 쫓아다녔다.
음악은 지휘자와 성악가의 열정
몸짓에서 명곡이 나온다.
한 순간 관중의 애인이 된다.
네번재 곡 베이스 김의신 교수
'사랑의 묘약' 약장수다.
바구니 사탕 들고 관객석 나다니며
달콤한 노래 사랑을 판다.
한국어로 노랫말 번역하니 재미난 코메디다.
약장수 약을 팔며 웃기는 소리
고상한 크래식 음악이 재미난 악극이 된다.
묘약은 객석에서 싸구려로 매진이다.
1개 천원 묘약에 어른도 어린애가 된다.
참 재미난 음악회 양상을 본다.
우렁찬 박수로 마산산 음악가에게 막을 닫는다.
반주 넣는 오케스트라 소리는 조용히 숨어주었다.
파파게나 파파게노 입술이 정말 재빠르다.
중간 쉼터 열렸다.
다섯번째 곡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사랑이란 느낌으로 주고 받는 언어
내가 웃으면 그도 웃고
그가 웃으면 나도 달콤해 진다.
소음 속에 정음 숨었듯이
난잡하고 시끄러운 뭉치에서
비단실 소리 뽑아낸다.
여리게 여리게
대비가 표현 방식이고
강조 방점이 된다.
지휘자 하얀 머리가 암흑 속에 흔들어 댄다.
그 몸짓이 노래의 리듬이 되어 나타난다.
과격한 변화가 나타나질 않는다.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니
음악이 경건해 진다.
감미로운 음악은 차츰 자라나
북을 울리고 열정적으로 성장하지만
오늘 음악은 모두 실내악 분위기
트럼펫 큰북으로 연주홀 찢어 놓는다.
박수가 끊어지질 않고 운다.
여섯번째 곡 라벨의 '볼레로'
여린 음으로 같은 리듬 반복이다.
지겹게 늘어진다.
동기가 귀에 못이 앉도록 계속 된다.
잔 북소리 지겹게 연속되니 실수할 것 같다.
차츰차츰 손으로 뜯고
플룻이 반짝이며 아름다운 소리 담고
클라리넷 피콜로 악기마다
저음 여린내기 듣는 이가 조바심이다.
지휘자 양팔 팔장 끼고 몸으로 지휘한다.
노래와 춤은 동격이다.
음을 키워 밤하늘 흔들더니
열정적 몸짓은 칼로 난도질하여 마친다.
박수가 그치질 않는다.
앵콜곡 서비스다.
지금껏 세곡 앵콜 받은 적 없다.
그러나 오늘 그걸 기분 날씬하게 선물한다.
강대진의 초콜렛 선물이다.
앵콜 엘가의 '사랑의 인사'
달달한 부드러운 맛 그대로다
앵콜 2번 곡은 '꽃의 왈츠'
크라리넷과 플룻 잘도 이끈다.
들어보니 시그널 음악으로 많이 들은 노래다.
몸이 그 음악을 안다.
앵콜 3번곡 차이코프스키 '왈츠'곡
하프 독주로 멜로디 포근하게 이끌더니
마지막곡 악장을 끌고 나간다.
그리 친절하게 사랑을 준 음악회는 오늘 처음이다.
관객들은 오늘 음악으로 가장 행복했다.
사랑이라는 날 좋은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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