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가족사랑기

추석명절 차례인가, 제례인가?

황와 2018. 9. 25. 09:26

18.9.23-24 추석명절 아들 손자와 조상이 함께 기뻐했다./264


기다리던 명절

조상맞이보다 손자맞이가 더 기쁘다.

손자에게 무얼 먹일 건가 ?

아들 좋아하던 걸 장만하느라 

돌아가신 부모님 좋아하던 건 염두에도 없다.

여인들 머리엔 대단한 기억소자가 들었는지

어릴 때 키웠던 아들 딸

자라던 모습 한 조각, 말 한 마디도 되살려낸다.

날 기준으로 선세대와 후세대 경계선 긋고  

현재라는 마당에서 함께 노닐며 웃는다.

할배 할매는 자손을 이어 주어서 고맙고

아들 손자는 낳아 키워 주어서 고맙고

정겨운 만남의 터전이 명절이다.

차례라는 특별한 절차로 이벤트를 만든다.


이젠 명절 차례(茶禮)가 기제(忌祭)처럼 

정식 절차의 제사(祭祀)가 되었다.

명절날 온 가족이 모여 지내는 제삿상이 되었다.

단지 차이 있다면 새벽에 지내는 걸 아침에 지내고

삼헌(三獻)에서 단헌(單獻)으로 바꿔진 것

제사 지내는 정성은 똑 같다.

준비하는 과정도 똑 같다.

주부들이 명절날이면 요즘 불만 높이는 것도 그렇다.

설 추석이 음식 준비하는 하인(下人)이라는 생각이다.

사람 만남이 인맥을 잇고

사람 모이게 되니 먹어야하는 건 필수 조건 

조상은 만남의 끈을 놓아주는 매개체일 뿐

조상이 먹고 가나 싸가지고 가나 

모두 후손들이 즐겁게 먹는 잔치아닌가?

가족들에게 먹이는 음식 마련이

왜 그리 불편한 노동작업인지?

미명(美名) 절차로 조상 핑게 차례지내기다.  

남정네들은 빈둥거리고 노는데

여자들만 부엌을 못 벗어나는 불평등(不平等) 사태

좁은 부엌에서 모두 거들면

'아마 비좁아서 나가라고 할 걸'

남자들도 안절부절 못하는 신세다.

아들 손자 긴 고속도 찾아오며

파뿌리 되어 집안으로 들어선다.

"우리 재현이 오너라"

" 오느라 수고했다."

노인네 기다리는 최고 반가움이다.

그날부터 남자들은 여자들 종이 된다.

부엌에서 내리는 명령에 시키는대로 따른다.

콩나물 대가리 따라 하면 따고 

겨란 두부 사오라 하면 사오고 

고시랑고시랑 고부간 갈등은 화합이 된다.

전통을 이어주는 참다운 교육현장이다.

음식준비로 열나흘 밤은 피곤해 쓰러진다.




팔월 보름날 주욱 늘어서서 조상 만나고

우리 여섯살 재현이도 제관(祭官) 대열에 끼인다.

엉덩이 치켜들고 절하는 모습

그게 기쁨이고 웃음이다.

장차 우리 종가 증조의 5대 외톨이 사손(嗣孫)이다.

체험보다 더 좋은 교육방법은 없다.

무슨 이론이 필요하랴!

장차 따라하다 보면 제 것이 될텐데

해보기 전에 먼저 이치부터 따지는 게 세상 인심이다. 

장차 필요 없다느니 하면서

'내 흔적은 짤짤 흩어버리라'고 유언질이다.

죽은 자 무얼 알까마는 

자녀들은 부모님 유언이라고 반드시 따르려고 한다.

그들 먼 훗날 부모님 은공 생각하며 후회할 짓이다.

부모가 자식들 생각하는 맘이

자식이 부모 생각하는 맘보다 훨씬 더 크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저 자식이 되고

한 번 더 재고해 행동하면 효자가 된다. 

함께 나누어 음복하고

고향 숙부님 만나려고 모두 진주로 올라간다.

가는 길 고속도로 비좁다.

평소보다 2배 시간이 걸린다.

겨우 11시 반경 도착하였다.   


숙부님 차롓상 

사촌이 봉사자다.

손녀 둘 하고 함께 서서 

남파 숙부님 인자하게 만났다.

집안의 기둥으로 사시다가 

7년전에 돌아가신 최근 선조이시다.

고향 산밭 갈며 숙모 혼자 집을 지킨다.

아들 딸 멀리 떨어져 시집 가고

아픈 무릎 끌며 농촌 지킴이가 되어 산다.

며칠 전 우리가 와서 벌초해 주었다.

달음재 부모님 산소 성묘하고 

멧돼지 놈들이 주변을 뒤졌다.

돌주워 구덩이 메꾸고 

하성가  밟아 주고  왔다.

뒷뫼 대밭 뒤  증조부, 조부, 숙부, 고조부 산소 성묘하고

주둥이 끌고다닌 멧돼지 흔적 벌초 풀자리 헤맸다.

온통 진흙토가 그대로 드러났다.

장차 산소나마 그대로 있을 런지

산소 사토작업(沙土作業) 비용 멧돼지에게 물려야겠다.

1년에 한두 번 명절과 벌초 때 산가 청소

그것이 조상을 안은 최소한의 보답이다.



명절날 집안 친지들 방문은

우리 집안의 예전부터 정다운 습속(習俗)이다.

만든 음식 서로 나누며 

멀어진 촌수 당기는 게 미덕이다.

어린 아이들에게 용돈 반가움 나누어 주고 

집안 어른 노릇 아이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이제 집안 수장(首長)으로 만원짜리 출석을 부른다.

머리 쓰다듬으며 정을 주고 받는다.

큰집에 들러 마당에 알밤 굽는 진풍경

정다운 말씨 주고 받고 단술 한 잔 달콤하다.

다리미 아재집 들러 찧어둔 쌀 찾고 

치돗가 삼거리 동생집 들러 

물 새는 이층집 대수리 공사 

서너달 수리하여 새집 이층으로 이사하였고 

세 딸들 외손자 데리고 와 

집안 문을 여니 귀한 아이들 뛰돌며 논다.

얼마전 다시 낳은 놈은 작은 요람침대에서 잠 자고 

서울 사는 지은이와 딸 둘도 모처럼 만에 보탰다.

그러고 보니 외손자녀만 7명이다.   

살아있는 가정 모습이 반갑다.

동생 내외만 찌달려 피곤한 기색들이다.

다시 자리를 옮겨 반성 누이집으로 

내가 누이 찾으러 가느니 보다 

아들이 핏줄 고모를 만나러 가게 만드는 행사다.

가서 보면 생질 가족들에게

외삼촌 식구들과 내외종간 관계 학습전술

핏줄로 이어진 종맥연(宗脈緣) 확인이다.  

     

돌아오는 길 비좁은 고속도로 버리고 

들길따라 산골짝 길 넘어서 

반성에서 평촌으로 어석고개 넘고

군북에서 법수 방향으로 가다가 유현을 돌아

고속도로 막힌 모습 눈으로 확인하고

산서마을에서 양포마을로 

양포교 건너 옥렬리로

도둑고개 넘어서 유원을 스쳐 예곡마을에서 

송정마을 고개 넘고 고속도로를 따라서

구암동 덕제굴다리를 빠져나와

집에 오자마자 저녁 먹이고

한 숨 일찍은 잠 기쁘게 재우고

인적 뜸한 11시 반경 성남으로 쫓아보냈다.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소릴 기다리며

잠 한 숨 못 자고 걱정하는 게 부모님 맘이다.

웬수같은 고향집 오기 싫어

여관방에서 피자 시켜놓고 차례 지내고

당장 외국으로 떠났다는 이야기

요즘 세상의 세태다.

명절 차례 정을 주는 고향 풍속

일이 줄여든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 행사다.  

제 몸 가누기 힘든 어미는 어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