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22 부처님 오신날 아버지 산소 성묘하고 화성사 점심 공양 받고
생질에게서 카니발 타이어 4짝 갈고 동생집 나물 반찬 얻어 왔다./264
오늘은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
영원히 잊지 못하는
내 생아버지 돌아가신 날
우리 집안이 무너져 내린 날
부처님과 아버님을 바꾼 날
예전 내 코흘리개 댓살 나이
겨우 손잡고 아버지 따를 즈음
인민군 몰려와 느닷없이 끌려간 보국대(保國隊)
당시 건장한 20대 청년 그대로 두었을까?
최전선 방어산 전투
탄약통 짊어지고 야간 행군 병기조달
어깨 벗겨지고 잠 못 잔 그 신체
전쟁터 생물학전 포탄 터지고
무거운 짐 쉬는 체하다가
줄행랑 도망쳐 온 그 목숨
결국 집에 와서 드러누우니
토사곽란(吐瀉癨亂)에 고열혼신(高熱渾神)
헛소리하고 탈진하여
1종 전염병 콜레라(胡熱子)
예순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간호 자기 몫이라고
온 식구 모두 피난 행렬에 쫓아 보내고
밤낮 정성 간호도 헛일
결국 아버진 불귀의 객이 되셨고
매장도 못하고 낭모지 산비탈
솔가지 꺾어 덮어 1개월 삮여
상여 하나 없이 봉동 아재 지게에
널관을 지고 가던 그 모습 처량했다.
태기태 못안 산기슭에 매장했었다.
상주라고 대지팡이 짚고 따라간 내 기억
감염된 할아버지도 약 20일 후
5월 초하룻날 이어 돌아가시니
모퉁이 증산댁 하루 아침에 녹아내렸다.
할아버진 모롱이 굽은 솔 밑에 가장(假葬)하고
난 다섯살 상주 따뱅이 머리에 쓰고
삼베 두루마기 질질 끌며
아침마다 숙부님 따라 성묘할 때
무서운 밤 여우 늑대 흙 파 던지고
본 장례시엔 웃어른이라 전날 대 어르고
상여 들길 지나며 호곡했고
배망골 날초랭이에 장사 지냈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우리집 떡자랑 했었지.
얼마나 철이 없으면
아버지 할아버지 돌아가신 게 자랑이었을까?
그 아버지 환생하여 아기 부처님 되셨다.
절마다 등 달고 축원하는 법요식
이날이면 난 가장 슬픈 날이 된다.
우리 삼남매 태어나서
아무 효행도 못하고
두 어머니 잃고 양자 가고
배움 하나 제대로 못한 채 늙었다.
오로지 장손이라고 나만 학교를 제대로 나왔을 뿐
난 누이와 동생에게 늘 미안하다.
질매재 고개 마루에 나란히 누운 네 부모님
양부모 생부모 내외분
묘쓸 땐 아무도 몰래 밤 도둑질하듯 쓴 이장(移葬)
달음재 넘는 바람이나 산새만 스치고 갔는데
이제 진성-금산을 넘는 포장도로
바로 부모님 산소 곁으로 넘는다.
오가는 찻소리 심심하지 않고
우리도 오갈 땐 반드시 찾는다.
외롭지 않겠소. 부모님!
전화위복 명당이 되었다.
하성가 솟은 아까시아 고사리 땅찔레 베고
샛대, 띠풀 대강 정리하고 나니 푸르다.
감기환자 가슴 색색거리며 산가 청소하고
소주 한 잔 재배 올렸다.
푸른 풀꽃 하늘 뚫는 산새소리
따뜻한 오월의 땡볕이 우리를 감싸더이다.
엄마는 아빠는 아들 온다고
버선발로 뛰어 나오더이다.
화성사 둘러
칡옷 입은 누이 보살
점심 공양 대접 받고
햇살 먹은 계피 어린 이파리 뜯고
진성 생질 가게에서
금호타이어 네 짝 모두 갈고 나니 56만원
동생네 집 둘러
모든 나물 약초 한아름 받았다.
넉넉한 맘으로 애마 텅빈 기름통까지 채웠다.
오늘은 돈이 날개를 달고 나가는 날
아버님 누이 동생 생질 가족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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