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2-3 서울아산병원 헌몸 정기검사를 받았다./264
검사내용 : 홀터, 핵의학영상 2, 심전도, 채혈, 소변, X선
검사비 : 355,000원
매년 검사하여 점검하던 정기검사
올해부턴 1년 반으로 연장되었다.
엔진 고장으로 병원 가서 생명 얻어 오는
그 엄숙한 일 혼자 서울로 올라갔다.
고속버스 동서울로 새벽밥 먹고
도착하자마자 병원이 날 기다린다.
이름만 대니 척척 다 진행해 준다.
그게 친절이라는 말이다.
1박 24시간 생명 점검기
가슴에 주렁주렁 줄을 매달고
없는 척 윗옷 걸쳤다.
밤새도록 내몸 박동사항 자기기록장치 달았다.
내가 기계가 된 기분이다.
아들네 집에 손님되어 들러갔다.
무엇보다 손자놈이 가장 그립다.
모처럼 보는 할애비 좋아할 손자 있을까?
내 곁에 앉지도 않는다.
그놈 감기에 귀앓이 증세
병원에 따라가 본다.
귀에 귀지 빼려다가 울음보 터졌다.
의사 왈 "3대가 왔네요"
그러고 보니 족보 줄이 섰다.
아들집이지만 처음 든다.
새로 얻은 집이라 이사해도 가보지 못했다.
가족 셋에 방이 네개니 운동장이다.
손자놈 전용 담당 아줌마에게 맡기고
아들 내외와 외식 낙지 연포탕 즐겼다.
서울 지역이라 확실히 비싸다.
손자놈 어린이날이라고 봉투 하나 주니
며느린 내 검진비 보탠다고 봉투 바꾼다.
안 주고 안 받는 것보다
주고 받는 게 정(情)인가 보다.
외지 잠은 어쩐지 불편하다.
일부러 늦게 컴퓨터와 놀다가
늦잠 잤는데도 일찍 깬다.
신호는 오줌보에서 늘 온다.
5시경 일어났으니 세상이 조용하다.
젊은이 그들 기상시간은 8시경이다.
혼자 아침 거르고 병원으로 갔다.
정자역 걸어서 탄천 맑은 공기 산뜻하다.
바람마져 부니 쌀랑해 진다.
어제 온 비로 바람이 나뭇잎 뒤집는다.
멀리서 보면 숲에 하얀꽃이 핀듯
이를 두고 바람의 꽃이겠지
신분당선 지하철 터질듯이 비좁다.
사람에게 등떠밀려 타고보니
내 몸은 내 게 아니다.
그래도 키다리 덕에 어깨 위는 살아 있다.
사방 둘러 그 비좁은 속에서도 독서광이다.
그걸 독스(smart)라 할까
아님 독폰(phone)이라 할까?
온통 거기에 머무르니 폰 중독증이다.
그 대신 아무도 말이 없다.
이웃의 정겨운 이야길랑 어디에도 없다.
자꾸 이웃간 단절되어 간다.
등을 맞댄 몸에서는 땀이 나서 젖는다.
강남역 종점에 도착하니 겨우 풀린다.
환승장으로 잠실행에 오르고
잠실나루에 내려 10분거리 걷는다.
긴줄 서서 병원버스 기다리는데
난 걸어가니 더 행복했다.
바람이 깃발을 날린다.
병원을 찾자마자 어제 단 점검기 떼고
둘쨋날 검사 핵의학 영상실
심장 관찰을 위해 방사성동위원소 주입하여
정신이 몽롱해 지면서 어지럽다.
온몸 방사선 반응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혈관의 방사능 빛을 채집하겠지.
한참 드러누워 찍고
다시 오후에 한번 더 찍었다.
다음은 아침 안먹고 피뽑기 한 대롱
또 오줌 한 통 받아 넘기고
온가슴에 점 매달고
심전도 검사까지 잘 마치고
마지막 3시간 후 영상실 촬영 다 마쳤다.
병든 몸 이리저리 뒤집어 구석구석 살피고
피뽑고 오줌 받아 심장 검진 믿음직했다.
내가 드리는 내 몸 정성이다.
다음 일주일 후 담당의사 앞에 진상해 봐야
다시 1년간 생명을 얻어올 게다.
난데없이 소나기 바람 불고
싸락 얼음 쌀랑하게 춥다.
바람이 좋아 나무밑에 나갔다가
쫓겨 돌아오곤 했다.
뉴스에 설악산 정상에 3센티 눈이 내리고
바람이 휙휙 시위를 당기고 간다.
돌아오는 길
만나자는 사람들에게 안부전화 걸고
잠실나루에서 동서울터미널로
아무 일 없이 귀가하니 반갑다.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무사함 알리고
고속도로변 산에 핀 바람꽃 구경하며
돌아오니 저녁 불빛이 등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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