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30 염천에 전화기 고장 수리 작업으로 대청소하다./264
옛날 관공서엔 작은 일 거드는 아이
소사(小使)가 있었다.
비공식 행정보조요원이었다.
공식 일거리 없이
부르면 대기하고 심부름하고
청소하고 전화 받아 바꾸고
눈치 보면서 종일 불안정했다.
쥐꼬리 월급에 권력 빌붙이
몽매한 촌노들에겐 공무원 대접이었다.
내 신세가 그 모양이다.
언제 어떤 명령이 떨어질지?
갑자기 전화 불통 하달이다.
보던 책 덮고 나선다.
밖은 쩔쩔 끓는다.
수화기 들어도 윙 소리가 없다.
마루 바닥에 엎드렸다 일어났다가
선반을 빼어내고 고구마 캐듯
줄기 전홧줄을 걷는다.
몇 십년 먼지 칠갑이다.
땀 속에서 인내심 얻으며
젖은 걸레로 먼지 걷고 닦는다.
이것 저것 만져도 아무 응답이 없다.
결국 모두 밀쳐내고 다 닦고 만다.
이 염천에 할 일이더냐 ?
내 일이니 해낸다.
곁에선 입으로 짜증을 돋운다.
가장(家長)인 내가 감수해야지
연결선 줄기 찾아 안방 책상 뒤도 살핀다.
몇십 년 구석 먼지
유령의 집처럼 매달린다.
또 밀쳐내고 물걸레로 먼지 재우고
손으로 밀쳐 닦고
온몸 땀과 먼지가 내 몸에 붙는다.
줄을 따라 발굴하니
뒷구석 청소가 주된 일이 되었다.
이리 해도 저리 해도 먹통이다.
제 자리 멀쳐 넣으니
저녁 때 되어서 끝이다.
원인 불명 여전히 무답이다.
하루 내내 내가 한 일
전화기 불통 못 고쳤으니 아무 가치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구석 먼지 청소는 완료
맘 한 구석 작은 보람 찾는다.
주객이 전도된 하루다.
습관처럼 나서던 밤 라이딩도 생략이다.
전화국 직원연락 해결 구원하니
결국 그 놈들 짓거리
와이파이 설치한다고 전화선을 끊었었단다.
그래 놓고
제법 전문 기술자가 해결한 것처럼
땀 뺀 보상은 어디서 받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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