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9 설민식의 조선왕조실록 읽다./ 264
참 무료한 오후
딸앳집 마루에는 햇빛도 없다.
빈집 지키려 간 우리 내외
외손주 두 놈도 모두 학원으로 달아난 후
신문도 텔레비젼도 무시해 버리는 젊음
방벽 사방엔 눈이 침침해 지는 책들
무얼해야겠는데
그들은 여우처럼 무섭고
무료와 견디는 내기 싸움이다.
이럴 때 바깥 공기가 좋은데
춥다고
또 미세먼지 때문에
마나님 출입금지 언명
아파트 새장에 갇히고 만다.
결국 날 이기기 위해서
책꽂이 책을 뽑는다.
설민식의 조선왕조실록
손가락 두 마디 만큼 두껍다.
껍질을 까보니 활자가 굵다.
사진, 삽화도 실리고
천천히 천천히 돋보기 쓰고
조금 보고 나면 머리 식히고
억지로 앉아 역사 속에 든다.
쉬다가 보다가 보다가 쉬다가
무료가 책을 읽는다.
침침한 눈 인내를 배운다.
태조조에서 세종조로
단종애사 연산군 폭정
선조 광해 임진왜란 대처
인조반정 병자호란
왕세자 책봉을 위한 중궁 알륵
정권 쟁취를 위한 붕당 집산
정조의 국권 문화 회복 노력
장기집권을 노리는 외척의 책동
후기 왕권의 쇠퇴와 후계자 책정 모사
한편의 대하 드라마
눈이 아프게 이틀만에 떼었다.
책걸이라도 해야겠다.
참 나도 후련하다.
무조건 꺼려온 책읽기
눈은 쓰리고 아프지만
무료함 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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