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자전거산책

개암에서 진주역까지 왕복 기찻길 탔다.

황와 2017. 11. 17. 22:40

17.11.17 낙강자전거 벗 넷 반성수목원-진주역 기찻길 왕복 50km 즐거웠다./264


가을이 다가는 만추(晩秋)

동호인의 의기투합

우연히 짜진 이벤트다.

일정 조율

어디 쉽게 잘 맞춰지던가? 

할 일 없는 자가 항상 바쁘다.

경전선 폐선 명품 자전거길

다녀본 사람이 소문을 낸다.

거기 있는 줄 알았지만

첫길 흥미롭다.

경남수목원에 모두 모여들었다.

오늘 친구 넷

내가 지각생이 되고 만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출발 신호

개암마을 종전 수목원역 자리

철로 걷어내고 자전거길 깔았다.

개암마을 교생 제자 이영숙 생각나고

반성초등학교 교생 지방실습 학교

2주간 실습한 교육과정

당시 김석영교장님과 박삼봉선생님 생각난다.

진해 사는 박영숙 씨도 돋아난다.

50년 지난 교생 제자 가족과 연락하는 인연

나 아니고 누가 있으랴!

구 반성역을 지나며

누이집 나다니며 자주 지난 역이었다.

역전에 처음 연 자형 중국집

시꺼멓게 말아주던 짜장면

어찌 그리 맛있던지

홀로 남은 누이를 그리며

먼발치 누이집을 스치며 간다.





원당 들판 한가운데 옮겨온 KTX 반성역 

움직이는 사람 없는 외딴 곳

기차 사람 없으니 우람한 역은 간이역 같다. 

그러니 기차는 더 따끔따끔 쉴 테고

스치며 지나니 너무 적막강산이다.

예전 철로를 따라 천곡골을 든다.

산지붕에는 진주 골프장 열리고

좁은 터널에는 불빛 열린 질주 상쾌하다.

천정 불빛이 무지개를 이룬다.



터널 빠져나가니 도동 골짜기 

일찌기 요절한 이지상 선생님이 잠든 곳

5,6학년 담임이셨던 초임 사범교사 

나에게 주산과 미술의 재능을 발견 

진주 영남예술제 주산과 사생대회에 

두 번씩이나 자기 천전집에 재우며 출전케 해 준

고마운 은사이시다. 

그런데 기구한 운명 초연(初戀)에 실패

스스로 먼저가신 불우한 스승이시다.

40여년전 중학생 때 한 번 찾아간 그 묘소

여기 골짜기 어디에

돌이 되고 풀이 되셨을 게다.

가면서 그쪽으로 자꾸 눈을 돌린다.

축원하는 맘으로 지난다.

도천동 망널다리를 지나며 

초등친구 김상수와 문형석을 불러본다.

저 아래 모교 진성초등 깃발이 흔들린다.

구비 도는 기차 보고

가슴 터지는 아픔 참으며 달리고 달려서 

기차에 달라붙어 타곤 했었지

8년간의 기차통학

흔들리는 기차는 내내 서서 가는 공부방

그렇게 고생하며 다닌 덕에 교사가 되었다.

귀내역 자리를 지나며 

이천 친구들을 불러본다.



가다가 숨 가뿐 기차 

뒤로 밀려내려왔다가 탄력 붙여 넘는 고개 

제2 진성터널 지나니 무지개빛 둥근 무늬

장관을 만들어 사진에 담는다.

네 친구 기념 촬영 우리가 독차지다.

갈촌역에 도착하여 간이역 닫고

김광영 친구는 어찌 되었는지?

돌좌석에 앉아 시간 나눴다.   

이 역은 고성 영오 개천 금곡에서

학생들이 통학한 간이역이다. 



갈곡리 고개를 넘으면 

진주성남병원이 산정에 섰다. 

예전에 없던 요양시설이다.

양쪽 산기슭에 개간한 과수원

아직도 단감이 나무에 달렸다.

주인이 게으런 걸까?

수지가 안맞는 걸까?

서리는 오는데 아깝다.

문산읍내를 들어서며

다닥다닥 붙어사는 집들을 본다.

예전 남문산 매우 큰 동네다.

동네 남산 숲 낙엽수 공원이다.

남문산 역사(驛舍)는 이미 사라졌다.

북쪽 파주 문산에 대응하여 남문산이라 했다.

많은 통학 친구들이 다닌 역이다.





영천강 다리 건너

옥산마을 정겹고 

문산배를 지칭하는 배밭 과수원 

옥산골을 파고드는 철로길은 

고개 넘으면 개양역에서

진삼선 철로가 합류하고 

삼천포 사천에서 오는 통학 벗들 만나는 곳

지금은 KTX 진주역

대궐 같은 한옥 역사 넉넉하게 앉았다.

주변에는 진주역세권 개발 공정에

온갖 차량이 먼지내며 바쁘다.

거기서 반환점 찍고

다시 되돌아 내려왔다.

문산에서 점심상 혼자 벌이한다고 검암산이 쏜다.

쇠불고기백반이 만미(滿味)다.

  

 

갈촌역에서 다시 쉬고 

혼자 남은 귀내 친구 부르니

지금 경주란다. 미안하단다.

기회가 우연이어야 정이 된다.

진성 그대로 스치며 

반성역 카페에 앉아 

고향 찾아온 손님에게 내가 커피 권했다.

옛 반성역사가 찻집이 되어 있었다.

시시껍질한 농담 대화나누며

출발점에 돌아와 

모두 건강하라고 이별식 흩어져갔다.

오늘 자전거를 탄 게 아니라

통학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