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수명과 1만시간의 법칙
/ 슥명여자대학교 강미은 교수
최근에 골프 모임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김일섭 딜로이트 회장님이 재미있는 화두를 꺼내셨다. "'아웃라이어'라는 책을 제가 최근에 읽어봤는데요..."라고 하면서 말콤 글래드웰의 생각을 조근조근 설명하셨다. 많은 분들이 이미 읽어본 책이지만, 김 회장님의 친절한 설명이 더 인상적이었다.
최소한 1만 시간의 투자가 있어야 최고의 경지에 오른 전문가가 된다. 1만 시간은 하루에 8시간씩 했을 때, 5년을 투자하는 시간이다. 그 정도 시간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기가 어렵다면, 하루에 몇 시간씩만 투자하더라도 10년이면 누구나 어떤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사람의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된다고 하면, 이제는 지금 가지고 있는 커리어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가 없다. 제2의 커리어, 제3의 커리어가 있어야 된다. 그리고 100세까지 살게 되면 충분히 10년을 어딘가에 새로 투자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환갑을 넘기신 김 회장님께서도 새로 무엇인가에 10년을 투자하기 위해서 찾고 있다고 하시면서 소년처럼 웃으신다. 60대도 새로운 커리어를 위해서 노력하는데, 40대가 나이 타령을 할 게재는 아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찌그러진 발 사진은 1만 시간 이상의 노력을 한 눈에 보여준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나 골프 대가들의 지독한 연습과 훈련은 늘 기사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왜 발레, 골프, 피아노 같은 예체능계의 노력과 연습만 생각하게 되는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소설가 김 훈 선생은 책상 머리에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라고 써붙여 놓았다고 한다. 무슨 용접공도 아닌데, 글쓰기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서' 계속 열심히 해야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의 미국생활 10년도 이 '1만 시간의 법칙'에 들어맞는다. 석사, 박사, 미국 대학 교수까지 거치면서 10년간 나는 새벽 3시 이전에 잠을 자본 적이 거의 없다. 읽어야 할 책, 논문, 해야 할 숙제, 과제, 수업 준비 등이 너무 많아서 새벽이라야 잠이 들었다. 다 따지고 보면 1만 시간을 훨씬 넘으리라. 그 덕분에 박사도 마치고, 미국 대학 교수를 거쳐서,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 이후 10년이 흘렀고, 다시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본다.
노력하지 않고 무언가를 잘 하게 되길 바란다는 건 ‘도적 심보’ 비슷하다. 골프 연습을 안 하면서 왜 이렇게 못 치느냐고 한탄하는 나와 같다. 골프장에서 캐디 언니들이 제일 싫어하는 고객의 유형이 소개된 적 있다. 제일 싫어하는 고객은 자꾸만 캐디에게 와서 “나 오늘 왜 이렇게 안 되지?” 하면서 물어보는 사람이란다. 왜 안 되는지 캐디가 어떻게 아나? 오늘 처음 봤는데...
글쓰기와 책읽기는 언제나 나를 매혹한다. 모든 책이 그런 건 아니고, 내공을 갖추고 글의 ‘맛’이 살아있는 책들이 그렇다. 글쓰기에 몰입할 때는 매우 즐겁다. 어떤 때는 내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그냥 손이 가는대로 써진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다 써놓고 보면 마음에 드는 글이 나와 있어서 흡족한 그런 경우다. 내 마음에도 드는 내 글은 대체로 이런 몰입의 과정을 통해서 써지는 듯하다.
박사 학위는 운전면허에 불과하다. 운전 면허가 있다고 운전을 잘 하게 되는 건 아니고, 레이싱카를 몰 정도의 실력은 더더욱 아니다. 끊임없는 자기 연마를 통해서 체화된 지식을 축적하고, 체화된 지식을 메타 지식으로 전파할 수 있는 것이다.
회계법인의 대표, 이화여대 부총장 등 우리 사회에서 성공의 조건을 다 갖추고 이제는 여생을 즐기시기만 하면 될 것 같은 김 회장님의 오늘 ‘1만 시간 법칙’에 대한 언급은 그래서 인상적이었다. 100세 평균 수명 시대에는 누구든지 좋아하는 일에 1만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김 회장님은 “우리 때야 다들 가난했으니까 미술하고 싶은 마음, 음악하고 싶은 마음 다 접고 부모님 시키는 대로 법대 가고 의대 갔잖아요? 이제는 생활의 의무를 어느 정도 다 했으니까 정말 하고 싶었던 일에 매달려서 여생을 살고 싶습니다.” 나이 지긋한 성공한 회장님의 이 말씀이, 잊고 있던 많은 걸 새로 깨닫게 만들었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야 모임이 재미있다)
( 강미은 교수 블로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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