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청아한글샘

종암산 위에서

황와 2007. 7. 10. 15:34

산맘 종암산 등산 /03. 2. 9./264 

 

난 난생 처음 이런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침의 알싸한 기운이 몸서리치듯 차가운데

어느 골짜기 토담집 굴뚝에 하얀 연기 올라오고

쩔쩔 끓는 구들막을 그리며

안개 속에서 산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가슴까지 찬 호흡을 멈추고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지나

새벽을 끌고 지나가는 숲 속의 유령처럼

몽롱한 빛이 사선으로 구름을 가르더니

서서히 서서히 어느새 갑자기 골짜기를 침범해

산꼭대기를 하늘로 솟아 올리고

온 세상을 하얀 바다로 만들어 버렸네


난 신선이 되었네, 신선이......

사방을 둘러 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存)

구름이 발 아래 찬다.

비행기 탄 것도 아닌데

아름다워라! 경이로워라!,

내가 언제 저 큰 화선지를 펼쳐

큰 붓으로 동양화를 쳤던고 ?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연기로

솟아오른 고깔봉이 더욱 산뜻하다.


내 생애 이런 큰 작품을 본 일은 없다.

내 생애 이런 비경도 처음이다.

신선이 되어, 달관자가 되어

깨끗한 선상(仙上)의 세계에서 다도해를 본다.

다시 침묵할 절경 속에서 새해를 본다

건강한 내 모습을 본다.

신선한 삶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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