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맘 종암산 등산 /03. 2. 9./264
난 난생 처음 이런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아침의 알싸한 기운이 몸서리치듯 차가운데
어느 골짜기 토담집 굴뚝에 하얀 연기 올라오고
쩔쩔 끓는 구들막을 그리며
안개 속에서 산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가슴까지 찬 호흡을 멈추고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지나
새벽을 끌고 지나가는 숲 속의 유령처럼
몽롱한 빛이 사선으로 구름을 가르더니
서서히 서서히 어느새 갑자기 골짜기를 침범해
산꼭대기를 하늘로 솟아 올리고
온 세상을 하얀 바다로 만들어 버렸네
난 신선이 되었네, 신선이......
사방을 둘러 천상천하유아독존 (天上天下唯我獨存)
구름이 발 아래 찬다.
비행기 탄 것도 아닌데
아름다워라! 경이로워라!,
내가 언제 저 큰 화선지를 펼쳐
큰 붓으로 동양화를 쳤던고 ?
보글보글 피어오르는 연기로
솟아오른 고깔봉이 더욱 산뜻하다.
내 생애 이런 큰 작품을 본 일은 없다.
내 생애 이런 비경도 처음이다.
신선이 되어, 달관자가 되어
깨끗한 선상(仙上)의 세계에서 다도해를 본다.
다시 침묵할 절경 속에서 새해를 본다
건강한 내 모습을 본다.
신선한 삶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