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뜰 소식/만사참례기

뒤늦은 장모님 산가 방문

황와 2021. 2. 27. 22:18

                                                                                     21.2.27 장모님 성묘하다./264

 

설날이 지난지 보름이 지났다.

그리워 눈이 퉁퉁 불어

우릴 기다렸을 텐데

이것 저것 다 챙겨 마치고 나니

내 일에만 우선을 두었구나

할멈 지엄한 말만 기다렸다.

엄마도 이젠 생활속에 잊어버렸다.

보름 오색나물과 오곡밥 찜 준비로

한껏 민속 입맛에 시간 보내버렸다.

 

느닷없이 오늘 가잔다.

추위 몸 둘러싸고

부부 오래간 만에 차 시동 걸었다.

오래간 만에 드라이브 데이트다.

봄바람이 제법 나무 가지를 흔들어 댄다.

구름도 끼어 썰렁하다.

늦게 온 핑게 이야기하고

아들 손자들 잘 가꾸어 달라고 빈다.

제 정성 모자람 자성하지 못하고 염체도 없다.

그래도 기쁜 낯을 읽을 수 있다.

이제사 내 할 일 다한 것처럼 포근해진다.

이번 설에는 아무도 찾아본 사람이 없다.

얼나마 기다렸을꼬?

애써 키운 딸도 외손자도 소용이 없다. 

 

 

곁에 앉아서 사과 잘라 먹으며

잠시 장모님 생애 그려본다.

우리와 40년 동거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

잘 모신 것도 아닌 그저 한 식구였을 뿐이다.

하인노릇 식모노릇 할미노릇 다 하셨다.

감사하고 감사한 헌신이셨다.

다음 기회 미루다가 외출 한 번 못 하시고

오로지 열쇠처럼 집에 붙들여서

남지장터 오가고 채소밭 돌보고

애기 외손자들 돌보고

아이들 소풍가면 따라 다니고

한 많은 세월을 묻었다.

감사합니다.

 

종처남집에 들러 명절 방문하고

그의 첫사위 박서방 보고

커피 나누며 그간 건강 묻고

처숙모 건강 소식 확인하고

또 여러 푸성귀 빼서 실어준다.

무 겨울초, 시금치, 잔파 .......

우리가 정말 잘 얻어다 먹는다.

친구처럼 지내는 처남과 처남댁이다.

고맙게 잘 먹겠다고 하고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코로나 숙짐하면 다시 만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