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만남 3/산책로풍광

500회 화개산길 걷기는 백색세상 눈길 걷기였다.

황와 2019. 1. 31. 17:47

19.1.31 길사랑회 펑펑 눈오는 날 제 500 회 화개산 둘렛길은 행복한 눈길 걸었다./264


일기예보 아가씨가 영남에 눈을 뿌려댄다.

길사랑회 10년전에 생기고

걷기 누적횟수 오늘이 500회째다. 

오늘 이벤트 무언가 해야하는데

날씨가 하얀 축복 가루 뿌려댄다.

세상의 더러운 걸 덮으려고

천사의 봉사가 이불을 덮는다.

아무리 날씨 더러워도

흔들리지 않고 나온 우리 숲속 친구들

10명 그들은 이미 길사랑 걷기에 중독된 용사들이다.

눈이 펑펑 내려대니 체조도 할 수 없다.



내서 문화체육복지회관 지나

상곡마을 서대(西臺) 지나며

마을 돈대(墩臺)란 무엇인가?

민속신앙의 유지(遺址) 도시 가운데 오똑하다.

한 동네 사람들을 얽어 모은 어울림터다.

정월 보름날 동제 지내던 장소

상곡마을 임대 아파트촌

우리 고모는 마지막 빈자리 눈에 선하다.

푸성귀 가꿔 놓고 친정 조카 부르던 정

이제 가신지도 어언 6년이 넘었다. 

발목만 조금 돌리고 산눈길 오른다.

산 날초랭이 눈이 나무 위에 쌓여

산길 촉촉히 흙길 드러났다.

기분 날씬하게 산길 오른다.



솔숲길 상쾌한 바람 콧끝이 맑다.

눈가루 바람에 목덜미가 차다.

검은 망또 기념물 꺼내서 쓰기 시작한다.

우산 쓰고 우의 입고 

눈 오는 날 미친 사람들의 행렬 

우리 길사랑 사람들의 당연한 행복이다.

눈가루 쌀가루 나무가지마다 입혔는지

하양 무덤 위에 쑥털털이 달린 나무 

모두 미쳐 사진기를 눌러댄다.

첫번째 하얀 기쁨 기념사진 찍혔다.





올라갈수록 눈길은 깊어진다.

소복히 산길 하얀 오솔길에 

서산대사 싯귀 떠올린다.

눈밭길에 희양대양 걷지 말라고 

그 발자국은 뒤 따르는 사람의 지표가 된다고 

작은 산짐승 발자국인지 

아님 눈덩이 떨어진 자국인지 

우리보다 먼저 발자국 남겼다.

산등대 아주 잘 꾸며 봉양하는 

성주이씨 산가들이 줄을 잇는다.

정2품 가선대부도 있고

정3품 통정대부도 있다. 



드러누운 산길에 가루눈 하얀 천지

한 번씩 바람을 타고 쏟아진다.  

솔잎들이 한짐 짐을 진듯 허리를 굽힌다.

어느 해처럼 쩡쩡 목을 부르뜨릴까 걱정이다.

산등길 지겹게 멀다.

다온듯 하지만 사방은 백색 세상

오로지 갈림길만 찾아 급경사 오르내린다.

누가 몇 번 미끄러졌다고 보고가 온다.

하얀 이불에 넘어지는 것도 행운이다.

오르막 봉우리에서 삼거리 만난다.

화개산 지봉 405m 고지

모아서 숨쉬고 휴식했다.



우향우 고봉 눈길이 더 깊다. 

광려산 삿갓봉에서 화개산으로 가는 길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간다.

내려가는 것도 귀찮다.

다시 올라가야 하는 노동이 무섭다.

협심증 가슴이 쿵쾅댄다.

앞서서 눈치 안 채게 오른다.

뒤에서는 빨리 간다고 아우성이고

갑자기 경사진 길 오르니

어느새 펼쳐진 화개산 정상 바위 반긴다.

457 고지 아마 눈이 10센티쯤 쌓였다.

반가움에 현수막 앞에 걸고  

500회 걷기 완성 기념 촬영 환호했다.

눈길 걷기 정말 오래간만의 첫경험이다.

목표는 이래서 중요한 이념이 된다.



발은 눈에 젖어 축축하고

손은 눈바람에 얼얼하니

싸 온 점심 눈밭에서 먹을 수 없어

오늘 500회 기념 점심 길사랑회 자축연 열자고

대가집 돼지국밥 안내 모두 좋단다.

내리막길 위험하다고 안내하고

눈길은 산등성이 바람에 더 깊어지고

앞장서 내려가자니 온통 하얀 세상

눈꽃마을 잎에도 가지에도

길가에 누운 썩은 나무에도

하얗게 표백해 주는 아름다운 자연

내 눈 앞에서도 자빠지는 소리 웃음으로 들린다.



하얀 백지 같은 정경

온통 그릴 자가 없다.

너무나 걸린 벽지가 넓다.

저 아래 상곡 동네 집들도

찻소리 사이렌소리 긴급해도

눈앞엔 눈커텐 주름도 없다.

내리막길이 자꾸 일어서니

급경사길 비료포대가 생각난다.

멋지게 아이들 되어 썰매를 탈까보다.

가다가 기다리고

눈길 뽀드덕 거리는 메아리 신고

짧은 길 동신아파트로 내려왔다.

다행히 급경사 위험하다던 길

눈이 쌓이지 않아 덜 미끄러웠다. 

오늘 500회 기념 맛집 점심

대가 가마솥 돼지국밥

섞어 국밥에 암뽕 수육 소주 두어 병 펼치니

오늘 우리는 하루내내 기쁨이다.

다 함께 즐기며 한해 음력 세밑

함께 걸어주어서 고맙고

눈 오는 오늘 악천후에 용감하게 나와

즐겁게 눈밭 걸어준 게 고맙고

새해 설날 잘 쇠기를 빌어 잔 들었다.

눈길 무모한 도전이 새로운 기쁨을 주었다.

이 눈오는 길 걷기도 길사랑회 역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