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만남 2/음악회감상

홍민수 피아노와 김대진 말러 1번 교향곡 거인 매료되다.

황와 2018. 10. 19. 23:51

18.10.19 창원교향악단 제314회 정기연주회 3.15센타에서 남지 제자 서성민과 듣다./264


오래간 만에 3.15아트센타에서

창원시립관현악단 연주 온다.

요즘 통합시 되고 부터는

거의 창원 성산홀에서 열리게 마련이다.

이것만 봐도 마산 푸대접이다.

마산시립일 땐  매월 찾아 다녔는데

요즈음은 합창단, 관현악단 모두 뜸하다.

신나게 박수치러 다녔었다.



자전거로 3.15 센타 도착하여

시간 남아 경남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전 보고

아무도 아는 사람 없다고 구석으로 가는데

난데없는 젊은이가 나에게 다가온다.

바로 이름이 터져나와야 하는데

반가움이 이름을 까먹었다.

남지초 6학년 내 반 달리기 잘하던 아이

서성민 제가 스스로 이름 밝힌다.

일전에 장마농협다닌다고 들었는데

여기 마산에서 만나니 너무 반갑다.

듬직한 제자 곁에 앉히고 음악 산책 

얼마나 든든한지.

음악회 보러 남지서 자주 창원 온단다.

오늘은 좌석도 B열 중간 로얄석

행운이 오늘을 우연히 만들어 준다.



오늘 주제는 말러 교향곡 1번 거인이다.

타이탄  그 유명한 곡 연주 

지휘자 김대진 피아노 협연 홍민수 

무대가 박수로 열린다.

실내악 위주의 악기 편성이다.

기나긴 혼음(混音)이 시끄럽다.

제법 오랜시간 조음(造音) 고통이 운다.

산통(産痛)이 와야 아름다운 음사(音絲)를 뽑아낸다.

그래서 대비된 고요가 기다림이다. 

먼저 관현악단과 홍민수의 피아노 협연

조용한 가을밤 검은 연주홀 하늘 

멋진 반향음(反響音) 귀에 담아준다.


첫곡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 

자그마한 체구 홍민수 새첩다.

다부지게 연주하는 모습 퍽 인상적이다.

잔잔한 실내악 물결처럼 흐르고

간간이 뛰어오르는 음 구슬 

맑은 달빛처럼 굴러간다.

월광곡 느낌이 스친다.

작은 음들이 반짝이며 장난치고 논다.

목관악기도 숨을 쉬지 못할 듯 조심조심

우리 가슴을 갉아댄다.

참 아름다운 숨 죽이는 기대 

야무진 그의 음악 건반 위에서 뛰논다. 

끈질긴 박수로 앵콜 불러낸다.

어쩔 수 없듯 대답

조용조용 눈감고 자서전 쓴다. 

피아노 시(詩)를 손가락 굴림으로 쓴다.

음악은 감성을 소제하는 신의 도구

박수로 내보낸다.


한참동안 중간 쉼터 불이 켜진다.

이웃에 신여사 내외도 앉았다.

이경민 진해희망원 원장도 오래간 만에 만난다.

옛 남산초 경영 울타리였던 분이다.

음악회 우리 정서를 살찌우는 문화의 장

난 음악이 자살 방지 생명교육으로 보았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한 가지 악기 다루도록

합주부 합창단  농악단 창단했었다.

백번은 연습해야 나서게 했다.

음악의 질은 연습의 횟수와 비례한다.

그리고 매년 정기연주회 열었었다.

그들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학교는 없는 교비를 만들어내서 써 주었다.


두번째 곡 '거인' 시작이다.

악단 움직임 읽고 내 몸도 함께 리듬에 올라 앉았는데

코맹맹이 트럼펫 소리 

문밖에서 울다가 들어온다.

지금껏 여러 음악회 보았지만 

연주실 문밖에서 내는 연주법 오늘 첨이다.

느낌이 또 하나 새롭다.  

그리고선 잔잔한 실내악 멜로디 

저음 악기부터 퉁명스레 운다.

저음 발휘 그게 진정 고급 음악이더라.

불숙불숙 솟아나는 꾀꼬리 울음

천천히 자라나는 음의 숲

천사들이 푸른 정원에 호핑스텝 뛰며 놀고

지휘자도 나중엔 멍청해진듯 나무처럼 섰다. 

그러다가 심벌즈 세상을 찢는다.

우렁찬 소리에 지휘춤을 춘다.

단칼에 1악장 소리 자르고 만다.    



관객도 너무 조심스러워 박수도 못 꺼낸다.

눈치로 느낌을 잠복할 뿐이다.

삼박자 왈츠풍 리듬 울린다.

우리 몸도 흔들흔들 요람을 탄다.

눈을 감고 함께 흔든다.

어느새 무도곡 주인이 된듯

음악 정원에 껴안고 춤을 추고 있다.

3악장 큰 콘트라베이스 굵은 음 깔더니

관악기들 낮은 음 굴러 나온다.

악기마다 음색이 자꾸 드러나고 

비단실에 꿰어 나오는 음구슬

조용조용 되색임질 맘 졸인다.

고요는 폭발을 대비하는 평화

4악장 폭음이 연주홀을 찢는다.

지휘자 어쩔 줄 몰라 채머리 흔들고

고음은 귀를 찢어 공중으로 날린다.

열정스런 울림이 단말마이듯

찢어지는 음악 단칼에 벤다.

오늘의 찬란한 마침 

물개박수 연주홀 가득 찬다. 

단원 하나 하나 불러 세워 박수 목욕시킨다. 

앵콜 그리 외쳐도

박수소리 그침 없어도

지휘자는  악장 끌고 나가고 만다.

앵콜 안 받는 음악회도 오늘 처음이다.

오늘은 제자와 더 행복한 음악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