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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정
소풍 전날 밤처럼
무얼 입고, 무슨 말을 할까?
그 때 그 모습
장농에서 꺼 내어
차곡차곡 개켜 두고
한 명 한 명 불러내어
머리 맡에 다시 정리합니다.
40년전 초임학교 첫 아이들
두 가닥 머리 땋고
얼떨결에 만난
그 눈동자, 그 순수함
늘 그리움이었습니다.
이제 어미 주부되어
노인, 손자 거천하는 지겨움에
반가운 자유를 얻었습니다.
씨앗은
수확하는 희망으로 뿌려
김 매고, 가꾸고, 거름 주고
긴 사랑 저장하여 기쁨으로 돌아오나,
첫 교사 짧은 관심 작은 정성
사회 속 팝콘처럼 부푼 희망을 담아
인연을 엮고 찾으니
기억에도 사라진 내 몸 조각들이
그들 앞에서 자꾸 챙겨집니다.
'누고?'
'그런갑다'
'그렇네'
'너였구나'
기억의 타래는 모두 한 덩이로 묶습니다.
참 따뜻한 추억의 이야기가 됩니다.
모두 장성한 위인이 됩니다.
모두 착한 정이 묻어납니다.
살림에 찌들려
뼈만 남은 생각에
따뜻한 옷이 입혀져
자랑이 늘어집니다.
내 일 헛되지 않음을
이제사 확인합니다.
고마움을 그제야 느낍니다.
눈 속에 어린 모성애
한꺼풀씩 벗겨내서
장성한 모습
다시 박아넣습니다.
그게 선생님의 행복한 생애입니다.
오늘 밤 늦게
제자의 사랑 먹은 덕에
기쁨과 보람에 찬
좋은 데이트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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