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만남 1/청출어람집

제자와의 데이트

황와 2009. 9. 9. 12:24

                                        09.9.8 / 264

 

 

그리움의 정

소풍 전날 밤처럼

무얼 입고, 무슨 말을 할까?

그 때 그 모습

장농에서 꺼 내어

차곡차곡 개켜 두고

한 명 한 명 불러내어

머리 맡에 다시 정리합니다.

 

40년전 초임학교 첫 아이들

두 가닥 머리 땋고

얼떨결에 만난

그 눈동자, 그 순수함

늘 그리움이었습니다.

이제 어미 주부되어 

노인, 손자 거천하는 지겨움에

반가운 자유를 얻었습니다.

 

씨앗은

수확하는 희망으로 뿌려

김 매고, 가꾸고, 거름 주고

긴 사랑 저장하여 기쁨으로 돌아오나,

첫 교사 짧은 관심 작은 정성

사회 속 팝콘처럼 부푼 희망을 담아

인연을 엮고 찾으니

기억에도 사라진 내 몸 조각들이

그들 앞에서 자꾸 챙겨집니다.

 

 

'누고?'

'그런갑다'

'그렇네'

'너였구나'

기억의 타래는 모두 한 덩이로 묶습니다.

참 따뜻한 추억의 이야기가 됩니다.

모두 장성한 위인이 됩니다. 

모두 착한 정이 묻어납니다.

 

살림에 찌들려

뼈만 남은 생각에

따뜻한 옷이 입혀져

자랑이 늘어집니다.

내 일 헛되지 않음을

이제사 확인합니다.

고마움을 그제야 느낍니다.

 

눈 속에 어린 모성애

한꺼풀씩 벗겨내서

장성한 모습

다시 박아넣습니다.

그게 선생님의 행복한 생애입니다.

오늘 밤 늦게 

제자의 사랑 먹은 덕에

기쁨과 보람에 찬  

좋은 데이트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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