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2.1 구만면 자형집에 들러
나에겐 정말
기막힌 사연 하나 있다.
양아버지 어머니 만나
고명 딸 하나 얻어 행복하더니
돈 벌러 일본가서
뜻밖의 잿상자 되어 돌아오고,
어머니 청상과부 되어
딸 하나 애지중지 키워
고성 구만 부잣집 양반 가문
열 일곱 동갑내기 고등학생 새 신랑에게
덩실덩실 시집가더니
대 이을 종손 첫 아들 낳은 후
산후병 시름시름 귀신되어 가셨네.
아들도 두 살쩍 엄마따라 가고 ......
대장부 같으신 우리 어머니
딸앳집 다녀와서
애고대고 삶을 놓으며
펑펑 우시던 모습
집안 슬픔되어 함께 울었네.
그 자형 장가 와서
신랑방 놀림 장난한다고
다섯살 어린 내가 한편되어
솔방울 따 나르고
행복해 했던 추억
신행간 누나집 간다고
색동 누비 저고리에
긴 고름 허리 둘러
등 뒤에 붉은 고추 매달고
삼십리 긴 재너머 길
어머니 고리짝 이고 지고
대여섯살 아픈 다리
타박타박 따라가던 어린 추억
귀여운 어린 손님
칙사 대접 받으며
사돈 누나들과
사랑방 안방 안팎으로 쏘다니며
사랑받던 추억
그 자형이 새롭게 맞은 누이
내 누이되어 달갑고 고마와
어머니 몹쓸병으로 시름하던 때
움친정에 와서
큰절 인사올리던 그 누이
그 쓰라린 추억이 돋아나던
자형집을 불청객처럼 찾았다.
구만 유지로 대의원 두루 거쳐
농협조합장 마친 칠십대 노인
이제 4남매 길러 다 치우고
내외 원앙새처럼 사는데
옛 아픔이 가슴 때리지만
얼굴에는 웃음짓는
내 마음이 그래도 참 고맙다.
친남매처럼 젖은 손으로
내 손 반갑게 잡아주는 누이
단숨에 저녁밥 지어내는 다정한 모습이
내 인연 만난듯 따뜻하나
두 생각은 내 업보인 것을 .....
옛부터 사랑채 앞 잘 꾸며진 정원에 자목련, 처녀꽃이 붉게 피고 종려가 킄 키를 자랑하며 단풍이 아름다운
추억이 지금도 아담하고 품위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