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6.19-20 / 육사 이동춘
1. 조용한 격전지 백마고지
천리길 둘러둘러
맨 먼저 찾은 이곳은 `
내 젊음이 사그러진 곳
여기는 최전선
하늘 뻥 뚫려
진단받는 철원노동당사
먼지 바람 휘날리며
젊은 영혼의 단말마를 듣는다.
치열한 격전지엔
이제 새순이 돋고
푸른 억새 더미에
스물 세 차례
피비린내 전우의 시체 속에
역사를 묻었네.
백마고지 - 영원한 성지
가슴 깨물어 충혼을 깨우네
그 옛날
포성소리 숭숭
GP 스피커 소리 음산한데
목책선 헐어 철책선 만들고
102 OP 올빼미되어
늘 동정 바라보던 그 고지
평화로운듯,
가증스러움에
관광객의 가슴앓이가 읽힌다.
2. 상승(常勝) 5사단 고지
5사단 OP
남방 한계선이 허리를 두르고
적정을 살피는 현항판에는
가즉한 북한초소와 휴전선
전진 철책선이 달라졌다.
소망하는 깃에
'조국 산하여 !
통일로 조국의 번영을 앞당기자 '라고
철조망 벽에 매단다.
무슨 소용 있으랴 ?
무슨 소용 있으랴 !
번연히 알면서
그래도 매달려 보는 것을......
햇볕 자욱한
내가 만든 철조망에
얼음깨지는 울림으로
멀리멀리
평양까지, 청진까지
평화와 화합이
통일로 전해지게 하소서
교통로 계단마다
숨찬 원망만이
DMZ 숲으로 넘는다.
3. 신라와 고려의 망혼(忘魂) - 경순왕릉과 숭의전
여기 숨어서
조용히 조용히
가슴앓이하는 비운의 역사가 있으니
신라의 경순왕릉
나라 챙겨 바쳐주고
멀리 멀리 홀로 멀리
낮은 언덕에
누운 흔적이
죽음처럼 외롭다.
5백년 역사를
주섬주섬 간추려서
전 왕대 숭상하는 종묘사직 되었네.
내 조상 고려동이
고려 불굴 충성심에
두문동 72현되어
함안 모곡에 숨었거니
그 피 받은 내 몸엔
조상 동경 되살아나
어쩐지 어쩐지 고려가 그립다.
8 왕조, 16 공신에
우리 조상도 섞였으면 .....
초라한 옛 전설과
옛 나라 그리는 수구심에
푸른 절벽 임진강이
무서움으로 다가온다.
4. 개성(開城) 가는 길
먼듯 가까운 곳이 개성인데
아침 나절, 저녁 해그름에
오는 듯, 가는 듯
기다림에 휴전선을 넘는다.
남,북출입사무소가
한 솜씨로
푸른 숲속에 반듯하고
오가는 수속에
고향찾는 늙은이되어
부질없이 보챈다.
밀물처럼 줄지어 서서
이유없는 지연에도
묵묵히 황새처럼
목을 빼고 기다린다.
오가는 시선이 벼린듯.....
철조망, 전깃줄에
푸른 숲이 말려 펼쳐지고
폭풍우 전야처럼
황새는 여유롭게 시간을 늘인다.
안팎이 다른 길을
평화라고 신봉하며
휴전 회담 대표가되어
정적을 가르고 있다.
이 길로, 이 길로
평양까지 신의주까지
냅다 거침없이 달리고 싶다.
개성공단 드넓은 터에
막 지어올린 말쑥한 건물이
우리 국력을 말해주니
여긴 확실한 대조구
영원히 승리하는 대조구
입북료 내고 오는 졸장부 마음에
기대 만큼 나라 자랑을 꺼낸다.
까까머리 산과
누렇게 서서 기다리는 가녀린 보릿대,
간간이 선 북한병사의 멋 적은 기다림
무논에 깨알처럼 흩어진
걸거치는 모내기하는 사람들
연필굵기 같은 전봇대와 가는 전선
한 뼘 남짓한 옥수수와 거름기 잃은 논의 모
이래 가지고선 50년 - 모두 공통된 생각
빨리 제 길을 가야지.
시가지 높은 아파트 마을
허술한 창문보며 안을 읽고
철사처럼 가는 철근 꽂힌
짓다가만 건물곁에
녹슨 탑 크레인이 폐허처럼 위험하다.
일없는 네거리에 선
교통경찰관의 허세와
오가는 차 없는 조용한 도로와
간간이 자전거 몰고 지나는
주민 모습이 이율배반 처량하다.
옛 고려 왕국의 수도 개성이
넉넉한 평지에 읍처럼 조용하고
유적은 가믐처럼 부서지고
하오처럼 무덥다.
내 시조 재령군 문하시중 할아버지
흔적 찾을까 설렌다.
5. 명승 박연폭포(朴淵瀑布)
까까머리 바위산을
돌아돌아 어지러운데
짙은 숲 속 하얀 물이
송도(松都) 삼절(三節) 전설되어
계곡 속에 흩날린다.
어제 온 비가
하얀 천사되어
감탄이 하늘에서 내리니
푸른 물빛에 혼을 잃는다.
참 아름다워라 !
바가지에 담긴 바위가
물을 돌리고
넘쳐 넘쳐
하얀 타래되어
용바위 안고 떨어지니
높다란 범사정(泛槎亭)은
그림처럼 아름답구나!
대흥산성(大興山城) 홍예문(虹霓門)과
풍류 읊은 문인들이
바위마다 골짝마다
쓰레기 되어 어지럽다.
푸른 계곡 맑은 바람
관음사 풍경소리
송악산 등 자락이
명당처럼 당당하고
오르는 숨소리에
절경을 동경한다.
여기선 모두가 시인이 된다,
느낌은 시가 되고
감탄은 노래가 된다.
6. 충절의 표상 선죽교(善竹橋), 표충비, 숭양서원(崧陽書院)
이성계 찾은 정몽주
귀로길 작은 다리에서
방원 철퇴 둘러 피 쏟으니
함께 진도 김공 경조가 처음 발견된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
나라의 충성 깃발
천년토록 휘날리니
그 절개 그 마음이
에너지로 환생하네
열 공적, 스물 행적보다
영세토록 본받으랴.
두 임금 큰 비석에
거북 머리 지표 되고
숭양서원 구석마다
선비처럼 충신처럼
머리숙여 조아린다.
그 향기 영원히 끝없어라.
7. 고려 박물관(成均館)
5백년 고려사를
고려 성균관에 꾸며
수백년 역사 기른
은행, 느티, 측백나무
긴 애국을 심었네.
동재, 서재, 명륜당이
상품판매소 되어 북적이고
동고 서고 대성전이
박물관, 전시관 되어
혼이 없다.
고려 철불, 청동로에
공민왕릉 현실이 뚜렷하고
5층, 7층 석탑과 큰 석등
비석이 큰 유적되어 반긴다.
그게 제자리가 아닌 것을 ...
고려 찾아 나선 나그네가
날마다 500명씩 넘치듯 지나치니
고려왕조 되살아나
죄송한 마음으로
발길을 되돌린다.
부디 고려 문화 생명처럼 이어서
자랑하며 자랑하며
개성을 다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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